초심보다는 다음 마음을 찾는 것으로

2019 부산아트북페어 / 제3회 프롬 더 메이커즈

by Mihyang Eun
사진출처 : 프롬더메이커즈 인스타그램

올해 <프롬 더 메이커즈>는 주말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열렸다. 다른 북마켓이 보통 12시를 전후해 시작하고 대개 6시를 전후해 끝나기 때문에 3시-9시라는 운영시간은 좀 새로웠다. 덕분에 당일 오전 10시에 서울에서 SRT를 탔는데도 점심 챙겨 먹고 행사장에 도착해 준비하는 것까지, 모두 여유를 갖고 할 수 있었다.


월요일에 본업으로 출근해야 하는 나는 대신 돌아오는 일요일에 시간에 쫓기긴 했다. 하지만 이번 마켓은 사진작가 이모씨와 함께 <‘영향력’ 있는 ‘이모씨’>라는 팀으로 참여한 덕에 뒷정리를 부탁해두고 조금 일찍 정리할 수 있었다.


마켓 나갈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한다. 2016년 2월에 창간호가 나온 후 처음으로 북페어라는 델 참여해 본 것이 <프롬 더 메이커즈> 1회였다. 막 두 번째 책이 나온 직후였고 첫 번째 마켓 참여였기 때문에 열과 성을 다해 우리 잡지의 취지를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갔지만 일단 우리 앞에 멈춰 선 사람들은 잘 들어주고 호응해줬다. 설명을 오래 들은 사람이 전부 책을 사 간 건 아니지만 설명을 오래 들은 사람일수록 책을 사 가는 비율도 높았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알리는 일이란, 그러니까 홍보란, 똑같은 메시지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일이구나.

마켓에서는 사람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다듬을 수 있게 된다. 어떤 말을 했을 때 더욱더 격하게 공감하고 고개 끄덕이고 “으응”하는 동의의 감탄사가 많이 나오는지 바로바로 반응이 보이니까 더 재미있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또 하는 것에 조금 게을러졌다. 첫 마켓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이 반복해 스스로 지겨워진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첫 마음과 달라진 탓도 있을 거다. 우리가 이 일을 한 달을 했건 십 년을 했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낯설 것이고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훠어어어어어얼씬 많다. 창간호 때 사람들 반응을 이끌어냈던 설명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데, 내가 달라졌기 때문에 처음만큼 잘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책에 눈길 주는 사람들을 하나둘 떠나보내고 나면 그제야 정신이 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본전 생각도 안 할 수 없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마켓은 참가비에 교통비, 숙박비까지 드니까 본전을 떠올려야 위기의식도 가장 선명하게 온다.

행사가 회를 거듭할수록 판매가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어 1회와 2회의 기록을 찾아봤다.


::부산아트북페어 판매 성적::


1회에서는 가져간 책을 거의 다 판매하고 와서 굉장히 신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모자라면 안 된다는 마음에 넉넉하게 챙겨간 게 거의 다 팔린 거니 기대했던 최대치를 달성한 셈이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부산인데도 일부러 찾아와 준 사람도 많았다.

좋은 기억을 안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더 큰 기대까지 품고, 그렇게 참여한 2회에서는 처음보다 12권이 적게 팔렸다. 당시엔 영향력 5호까지 나온 상태라 5호 판매가 가장 많았는데, 어쨌거나 1회 때보다 판매된 책 숫자가 적어 조금 실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막상 계산해 보니 4호부터 책값이 7천 원에서 만 원으로 3천 원 오르기도 했고, 책갈피나 책보 같은 굿즈도 있어서 전체 수익은 비슷했던 것 같다.

작년엔 아쉽게도 <프롬 더 메이커즈>가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가 세 번째 참여였는데 이번엔 재작년보다 9권 적게 팔았다. 최신호인 11호, 재고가 있는 10호와 8호, 지금의 판형으로 복간해 북페어에서만 판매하는 1호, 2호와 단행본 <우리는 우리가 읽는 만큼 기억될 것이다>까지 총 6종의 책을 가져갔는데 2호와 8호(영향력 1호부터 11호까지 모든 호에는 내가 쓴 단편소설이나 초단편소설, 혹은 시가 실려 있지만 2호와 8호에 실은 초단편소설과 단편소설에 개인적으로는 좀 더 애착을 갖고 있지만)는 단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

이번 북페어에서는 권종이 많은 팀은 택배로 미리 책을 보내 놓을 수 있게 배려받았었다. 택배 찬스를 이용해 내가 보내 놓은 책은 큰 박스 하나, 작은 박스 두 개였는데 큰 박스는 꽉꽉 채워서 다시 부치고 샘플 책들은 캐리어에 담아서 직접 들고 와야 했다. 조금만 가져가야지 하고 매번 결심하지만 막상 책을 챙길 때는 자꾸 부족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첫날에 너무 판매가 저조해서 둘째 날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대신 조금 더 열심히 설명을 했다. 직장인이 대출을 받아 퇴사 충동을 견디고 회사생활을 더욱더 열심히 하는 원리를 차용해 둘째 날 마켓이 시작되기 전부터 보수동 책방골목에 들러서 책도 사고 구제 옷도 (책보다 더 많이) 사서 나 자신을 채찍질해두기도 했다. 덕분인지 우연인지 첫날 판매한 숫자만큼을 둘째 날엔 처음 한 시간 안에 판매했고 나도 모르게 흥이 올랐다. 하지만 이후로는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지나갔다. 갈수록 늘지 않고 줄기만 하는 건 어쩐지 기운이 빠지는 대목이었다.

책값이 비싸져서 그런가, 재미없다고 소문났나, 아예 관심이 없나,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이제 마켓에 나오지 말아야 하나. 근데 만약 내년에 프롬더메이커즈가 셀러 모집을 시작한다면 아마도 나는 또 신청하고 있을 것 같다. 잘 모르겠다. 마켓에 마력이 있는데 그 마력의 구체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

다만 내가 만든 책들을 앞에 쌓아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우리 책 앞에 멈춰 서면 과연 이 사람이 책을 펼칠 것인가 말 것인가 기다렸다가 책을 집어 든다 싶으면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나 슬슬 설명을 시작하는 이 일이 귀찮기도 한데 재미있기도 하다.


::예뻐::


우리 책에 관심을 가져주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 다른 책 구경하는 사람들 모습을 관찰하는 게 재밌다.



예쁜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미모나 몸매를 논하자는 게 물론 아니고, 여성만을 묘사하는 표현도 아니다. 지나가면서 뭔가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에 살피는 모습, 창작자들이 만들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들을 조심스럽게 집어 드는 모습, 눈으로 읽고 손으로 넘기고 질문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예쁜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북페어에서만큼 ‘예쁜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장소도 없다.

예쁜 사람이 보이는 만큼 그 와중에도, 개인적으로 참 별로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손끝에서도 태도가 보인다고 믿는다. 손끝은 손끝일 뿐이고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 게 아니지 않냐고 누가 반문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실제로 이번 북페어에서 태도의 아주 일부에 불과한 부분에서 마음을 보려고 한 나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게 된 일도 있었다.

어떤 분이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얼음 음료 잔을 들고 책을 보러 와서, 아.. 저 물방물이 곧 컵을 타고 흘러 책 위에 떨어질 것만 같다.. 는 불안한 마음으로 컵만 응시하고 있었다. 근데 그분은 금세, 아주 쿨하게 그 컵을 가방에 집어넣고는 (가방에 있는 것들이 젖을 텐데 하고 내가 걱정할 정도의 쿨함이었다) 손에 있는 물기를 닦은 후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샀다. 그래서 단면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단면에서도 차이는 있고 테이블 안쪽에 앉아있으면 유난히 그게 더 잘 보인다.

똑같이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기고 다시 내려놓는 그 과정 안에도, 그 책에 관심이 있고 없고 진짜 흥미가 생기고 아니고를 떠나서, 개인이 가진 태도의 (거기서 태도를 읽는 게 너무 나의 편견을 반영하는 거라면, 그 움직임이나 속도) 자체의 세부사항이 다 다르게 나타난다. 나를 반성하게 하는 반전도 일어나지만 그런 일이 흔하지는 않다.

좋은 일은 그래도 예뻐 보이는 사람이 미워 보이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 바로 이 북페어, 라는 장소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책이 안 팔려도, 사고 싶은 책 사느라 번 돈을 번 만큼 탕진하거나 혹은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많아져도, 북페어 참가의 유혹을 끊어낼 수가 없는 것 같다.



다만 다음번에 참여하게 될 북페어 때는, 일단 책을 정말 조금만 가져가야겠다. 많이 가져가면 남은 책을 보면서 우울해지니까. (그러니까 여러분 다음 마켓ㅡ9월 28/29일에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퍼블리셔스 테이블/Publisher’s Table>ㅡ 때는 얼른 와서 빨리 사가셔요. :b)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심을 잃은 나를 자책하며 찾아지지 않는 초심 찾기에 노력을 쏟다가 지치기보다는 이 일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이다음의 마음을 찾아보려고 한다. (근데 그거.. 어떻게 생긴 걸까, 어디 가면 찾을 수 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