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날, 곤충호수 뮈바튼(Mývatn)

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21

by Mihyang Eun

여행 여섯 번째 날,이라고 쓰고 이 이야기는 다섯 번째 날 저녁에서 시작된다.


전날 저녁 뮈바튼 네이처 바스(Myvatn Nature Bath)의 쪽빛 유황온천에서 온천을 했다. 노천온천이라 멀리 설산이 가까이 보였는데, 여행 중반이라 어느 정도 쌓였던 피로를 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어렸을 때부터 뜨거운 물에 몸 담그는 맛을 알아왔던 터라 역시 좋았다.


여행 마지막 날 레이캬비크 블루라군에도 갔는데, 블루라군보다 뮈바튼 네이처 바스가 훨씬 좋았다.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도 그렇지만 블루라군보다 훨씬 작은 대신 조용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책을 읽을 정도였다. 사실 온천은 그 맛에 하는 게 아닌가.

myvatn nature bath, iceland, 201309


뮈바튼 네이처 바스 기념품숍에서, 맥주는 추울 때 시원하게 마셔야 제맛이라는 걸 아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니트로 맥주 홀더를 만들어서 팔고 있다.

myvatn nature bath, iceland, 201309


시간이 늦어 아쉬운 마음으로 온천을 마치고 깜깜해져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의 이름은 Stöng.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얀 눈밭에 양들이 뛰노는, 역시나 그림 같은 집이었다.

stöng, myvatn, iceland, 201309


뜨끈뜨끈하게 온천도 했겠다, 난방이 잘 되는 숙소에서 저녁 먹고 맥주도 한 잔 했겠다,

stöng, myvatn, iceland, 201309


우리는 다음 날 오전까지 아주 푹 자고 말았다. 지난 5일간은 아무리 피곤해도 8시 정도에는 일어나서 9시쯤 길을 나서곤 했는데, 이날은 거의 점심때가 다 돼서 일어났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스툉 주변도 너무 예뻤는데 찍어둔 사진이 없다.


처음으로 늦장을 부리고 찾아 나선 곳은 뮈바튼 호수였다. 정확하게는 스타크홀스티요른(Stakholstjorn) 호수.

아이슬란드 북쪽에 위치한 뮈바튼


아이슬란드에서 네 번째로 크다는 뮈바튼 호수를 따라 가는데, 그 모습이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눈부시다.

myvatn lake, iceland, 201309
myvatn lake, iceland, 201309
myvatn lake, iceland, 201309


뮈바튼 호수는 크라플라 화산지대에서 가까운 만큼, 아니 아이슬란드에 있는 호수니까 너무도 당연하게(?)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호수다. 무려 2백만 년 전부터 시작된 화산활동의 흔적들이 가득할 뿐 아니라 각종 벌레나 조류들을 관찰할 수 있어서 조류학자들이 사랑하는 순례지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렇게 커다란 호수를 따라가다 보면 작은 마을을 거쳐,

myvatn lake, iceland, 201309
myvatn lake, iceland, 201309


스타크홀스티요른 호수를 만나게 된다. 뮈바튼 호수와 바로 붙어 있는 스타크홀스티요른 호수는 뮈바튼 호수가 또 한 번 화산활동을 거치면서 분리된 호수라고 한다.


이렇게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by anne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by river


이런 전경을 가진 호수를 따라 걸을 수 있다.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왼쪽 위로는 차를 세우고 스타크홀스티요른 호수를 한 눈에 담으려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여전히 활동 중인 화산이라니, 그 화산이 만들어낸 흔적들이라니, 여행하면서 내내 이런 걸 생각했다면 경탄하기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앞섰을 테지만 막상 이런 광경이 눈 앞에 있으면 정말 생각이 단순해진다. 그저 우와- 우와- 하고 놀라기 바쁘고, 이상하리만치 잡생각이 사라진다.


전적으로 나의 경험을 통해 추측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런 데서 다음달 빠져나갈 카드값을 떠올린다거나,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업무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가끔 아주 철학적인 물음에 직면할 때가 있다. 그리고 결론은 나는 작다,는 것.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돌들의 모양만 봐도, 얼마나 뜨거웠을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용암들이 식으면서 굳어버린 그 시간들이 보이는 것 같다. 호수는 잔잔하지만 호수를 둘러싼 모든 것이 결코 이곳은 잔잔한 곳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 같다.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고요하여라.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내가 말하지 않으면 저 돌 언덕 위쪽 끝에 앉은 것이(선 것인가?) 사람인 줄 모르고 지나갈 것 같아서, 저 위에 사람이 앉아(혹은 서) 있다고 말한다. 저 위에 앉은(혹은 선) 저 사람은 불새다(라고 쓰고 보니, 이곳이 조류학자들의 순례지라는 사실이 새삼 떠오른다).

불새,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이렇게 올라갔다. 사진에서도 "영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불새,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엘, 나, 앵, stakholstjorn lake, iceland, 201309 by river


돌이켜보면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은 아이슬란드 치고 참 날씨가 좋았던 것 같다. 레이캬비크에 도착한 첫날과 싱벨리어국립공원-게이시르-굴포스 골든서클을 여행한 둘째 날, 태풍의 영향으로 내가 정말 날아갈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바람이 불었던 것을 제외하면 엄청난 폭설을 직접 맞거나, 엄청난 비가 내리거나, 얼어 죽을 것처럼 추웠던 날도 없었다. 지금 와서 사진들을 다시 보니 하늘도 대체로 파랗다.


그래서 차가 뒤집힐 뻔했다느니, 눈밭에 갇혔다느니 하는 영웅담은 펼칠 수 없지만, 열흘 동안 아이슬란드가 우리에게 베푼 최고의 친절이 날씨 아니었을까, 새삼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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