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22
뮈바튼 호수와 스타크홀스티요른 호수 산책을 마친 후엔 디무보르기르(Dimmu Borgir)로 갔다.
디무보르기르로 가는 길, 두 말하면 입 아프지만 역시나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그렇게 말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디무 보르기르는 '어둠의 성'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뮈바튼 호수에서 멀지 않으니, 크라플라에서 멀지 않고, 그러므로 이곳 역시 용암의 흔적이 가득하다.
이상하게 나는 저렇게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면, 꼭 카메라를 갖다 댄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면 저 구멍 안을 들여다본다. 저 구멍을 통해서 볼 수 있는 풍경이나, 저 바위 너머 볼 수 있는 풍경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구멍이 있으면 왠지 꼭 저 구멍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왠지 구멍 있는 사람이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눈밭을 헤치고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역시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난 길 따라 어둠의 성을 한 바퀴 도는 데는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눈이 내린 후에는 날씨가 추워지는 게 보통인데, 이 눈은 언제 내린 눈인지 이날은 꽤 따뜻했다. 이렇게 강렬한 태양빛이 흰 눈에 반사되면서 우리에게 열기를 전달해줬다.
그래서 급기야 누군가는 외투를 벗어 쥐었는데, 이건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내가 바로 용암이요, 말하는 듯한 엄청나게 복잡한 굴곡의 바위라 해야 할지, 동굴이라 해야 할지 모를 용암동굴 바위.
앞으로 너무나 심경이 복잡하여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 그런데 누가 자꾸 물어볼 때, 혹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말하고 싶을 때,
내 마음은 용암바위요
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내 마음은 호수요' 하면 그건 그대에게 노 저어 오라고 보내는 신호이듯, '내 마음은 용암바위요'라고 하면 그만큼 복잡 미묘한 상태라는 걸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아이슬란드 여행 갈 땐 방한 용품도 필수지만, 선글라스도 필수다. 쌓인 눈에 저렇게 강렬한 햇빛이 반사되면 선글라스 없이 제대로 눈을 뜨기가 힘들다.
아이슬란드의 단풍. 어색하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일수록 눈이 빨리 녹는다. 뾰족한 것 위에서 오래 버틸 장사 없다.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린 이파리들이 눈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그 위를 걷는 산책이
끝나간다.
디무보르기르 입구에는 기념품 가게와 카페가 있다.
눈으로 뒤덮인 용암지대를 산책한 후에는 반드시 뜨거운 커피를 마셔줘야 한다. 그렇게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