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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Jan 09. 2021

서보경 의료인류학자 <서둘러 떠나지 않는다면>

-코로나19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돌봄의 생명정치

문학과 사회 하이픈 2020년 가을 주제는 코로나-어펙트


서보경 의료인류학자의 글이 정말 좋았다. 그냥 좋은 걸 넘어 감동적이었다. 서둘러 떠나지 않는다면
-코로나19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돌봄의 생명정치
<문학과 사회 하이픈 2020년 가을>



바이러스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바이러스와 집단으로서의 우리 관계가 규정되며, 이것이 결국은 집단 내에서 바이러스에 취약한(이미 바이러스 이전부터 사회에서 고립되고 배제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큰) 이들을 돌봄으로써, 집단면역을 획득하자는 아름다운 설득으로 이어진다. 집단면역이란 그러니까, 집단 대다수가 면역을 취하고 이 과정에서 취약한 이들이 면역을 획득하지 못하고 먼저 떨어져나가는 잔인한 방식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게 아닌 거다. 이런 주장을 접하면 이미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나도 죽을 판인데 다른 사람 돌보고 말고 할 여유가 어딨냐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므로 더더욱 사회 시스템이 해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결국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을 면역시키는 것이 결국 우리 전체의 면역으로 이어지며, 바이러스를 적으로 간주해 박멸시키는 것이 아니라(그럴 수도 없다) 생물을 필연적인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일(동식물의 서식지 파괴로 인한 바이러스의 변이와 대유행을 막는 것)이 앞으로의 정말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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