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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Apr 15. 2022

아프지마, 고양이야

오랜만에 제때 퇴근했다. 그래서 초저녁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다가 다시 눈 떠서 몇 시간째.


오늘 오전에 스쿼시 하러 갔을 때 센터 앞에서 너무 예쁜 치즈 고양이를 만났다. 주변에 고양이들이 워낙 많은데 규칙적으로 매일 얼굴을 보지는 못해서 아직 얼굴을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분명 전에 본 적 있는 아이였다. 유리문이 사이에 있어서 나는 센터 안에서, 아이는 센터 유리문 밖에서 한참 눈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문을 열었더니 바로 도망갔다.


도망가기 전엔 예쁜 얼굴 보느라 몰랐는데 갈 때 보니 꼬리 주변으로 U 모양으로 털이 빠진 상태였다. 상처가 아문 흔적도. 도망가기 전에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었던 게 있어서 다시 보니 너무 큰 상처였다. 요즘 워낙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이 많이 드러나고 있어서 가슴이 철렁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아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이빨자국 같다고 했다. 이빨자국이라면 굉장히  동물에게 물린 것일 텐데, 저만큼 아물기까지 얼마나 아팠을지 어디서 어떻게 숨어서 견뎠을지,  아이들의 삶은  이렇게 고단한지. 부디   다시는 그렇게  고통을 겪지 않기를, 얼른 아물어서 다시 예쁜 털이 자라나기를. 부디 인간이라 불릴 자격 없는 괴물들 눈에 띄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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