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때 퇴근했다. 그래서 초저녁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다가 다시 눈 떠서 몇 시간째.
오늘 오전에 스쿼시 하러 갔을 때 센터 앞에서 너무 예쁜 치즈 고양이를 만났다. 주변에 고양이들이 워낙 많은데 규칙적으로 매일 얼굴을 보지는 못해서 아직 얼굴을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분명 전에 본 적 있는 아이였다. 유리문이 사이에 있어서 나는 센터 안에서, 아이는 센터 유리문 밖에서 한참 눈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문을 열었더니 바로 도망갔다.
도망가기 전엔 예쁜 얼굴 보느라 몰랐는데 갈 때 보니 꼬리 주변으로 U 모양으로 털이 빠진 상태였다. 상처가 아문 흔적도. 도망가기 전에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었던 게 있어서 다시 보니 너무 큰 상처였다. 요즘 워낙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이 많이 드러나고 있어서 가슴이 철렁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잘 아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이빨자국 같다고 했다. 이빨자국이라면 굉장히 큰 동물에게 물린 것일 텐데, 저만큼 아물기까지 얼마나 아팠을지 어디서 어떻게 숨어서 견뎠을지, 길 아이들의 삶은 왜 이렇게 고단한지. 부디 두 번 다시는 그렇게 큰 고통을 겪지 않기를, 얼른 아물어서 다시 예쁜 털이 자라나기를. 부디 인간이라 불릴 자격 없는 괴물들 눈에 띄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