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지 <영향력> 창간호 준비
저는 현재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지 <영향력>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는 2월 22일 창간호를 선보이기 위해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키친테이블노블(Kitchen Table Novel)'이란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이
일과를 마치고 써 내려간 소설'을 말해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도 처음에는 키친테이블노블러였고, 프란츠 카프카도 한때는 보험사에서 일하며 글을 썼습니다.
'키친테이블노블'에서 출발해 소설뿐만 아니라 시, 에세이, 초단편 등 비전업 작가가 일과를 마치고 쓰는 모든 글로 개념을 확장해 만든 단어가 '키친테이블라이팅(Kitchen Table Wriging)'입니다.
<영향력>을 만드는 저희 두 사람, 시를 쓰는 김은진과 소설을 쓰는 은미향도 역시 키친테이블라이터입니다.
<영향력>을 처음 기획한 김은진의 말을 잠시 빌리겠습니다.
처음 '키친테이블노블'이란 낱말을 본 건 어느 일본 소설가의 소설에서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한국 작가의 산문에서 다시 그 낱말을 보았고 나는 알아챘습니다.
내가 쓰고 있는 것이 키친테이블노블이란 것을 말입니다.
처음엔 그냥 쓰고 싶었습니다.
쓰다 보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나 자신이 나의 유일한 독자였습니다.
나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나만의 글이 아니라 키친테이블노블을 쓰는 누군가들의 글이 함께 실린 책을.
<영향력>을 함께 만들어나갈 사람과 <영향력>에 실을 원고를 찾는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어 작년 9월 저희 두 사람이 처음 만났고 2016년 2월 창간을 목표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작년 11월 중순까지 원고를 모집해 <영향력> 창간호에 실을 시, 에세이, 초단편소설, 단편소설, 장르소설(단편)을 모두 선정했고, 현재 작가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교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수의 출판사에서 이미
수많은 문학 계간지를 만들고 있는데
왜 <영향력>까지 만들어야 하냐
물으신다면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출판사에서 수많은 문학 계간지를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은 신춘문예나 출판사 공모전 등을 통해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의 작품만을 싣습니다. 특정 출판사의 공모전이나 문학상에서 수상을 했거나 출판한 적이 있는 작가들에게 주로 원고 청탁이 가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글을 쓰고 쓴 글을 탈고한 모든 사람이 '작가'라고 했을 때 유명 출판사에서 만드는 문학지에 작품을 올리는 작가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극히 적습니다.
그렇다고 독립출판 영역에는 문학지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우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등단 시인 세 명이 함께 만드는 '더 멀리'라는 독립 문예 잡지가 있습니다. '더 멀리' 역시 등단, 비등단을 가리지 않고 원고를 투고받습니다. (<영향력>의 편집인인 김은진 시인도 <더 멀리> 5호에 시를 투고해 두 편의 시를 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창간호부터 최근 나온 5호까지 작품을 실은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알 만한 이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영향력>은 혼자서 꾸준히 글을 써 왔고, 이제는 독자를 갖고 싶지만, 아직은 이름값이 없는 키친테이블라이터들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길을 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많고 다양한 독자들이 있으니, 비록 등단하지 않았거나 등단하지 못한 작가라 할지라도 그들이 쓴 글을 읽고 사랑해 줄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영향력>을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영향력>을 통해 꾸준히 소개되어 나중에는 등단 작가 못지않은 독자층을 갖는 키친테이블라이터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저희의 첫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독립 출판계에도
스타 작가와 베스트셀러가 있습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독립출판'이나 '동네서점'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독립출판물을 읽고,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작년 10월, 독립출판으로 저의 첫 번째 단편소설책을 만들어 판매를 했습니다. 저와 함께 <영향력>을 만들고 있는 김은진 시인은 이미 10년 정도 전에 소설책을 만들어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 경험이 있습니다.
독립출판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스타 작가와 베스트셀러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서점들이 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해주고 있지만(독립출판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아무래도 대형서점과 달리 수익을 내기가 굉장히 어려운 구조이다 보니 잘 팔리는 책을 더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고 품절 및 재입고 되는 책의 소식을 더 자주 전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래서 '혼자서 오랫동안 글을 써 온 사람들을 위한 지면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그들에게는 적더라도 반드시 원고료를 지급하자'라는 큰 포부로 <영향력>을 만들고 있으면서도 과연 저희가 만들 이 잡지가 얼마나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는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하는 전국의 동네서점들이 처음 책을 소개하는 순간 주목받지 못하면, 그 후로 잊혀져버리기 쉽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영향력> 창간호에 실릴 13 작가들이 쓴 글들의 힘을 믿습니다.
그 힘을 믿고, 그 영향력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텀블벅(www.tumblbug.com)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창간호 출간과 입소문을 위해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 <영향력> 창간호 출간 프로젝트 페이지 바로 가기
후원금은 <영향력>을 만드는 데, 그리고 작가들에게 원고료를 지급하는 데 쓸 예정입니다.
1만 원을 후원해주시면 <영향력> 창간호 1권을 써 주신 주소로 가장 먼저 보내드리고,
2만 원을 후원해주시면 <영향력> 창간호 2권을 원하는 주소로 각각 가장 먼저 보내드리고,
3만 원을 후원해주시면 <영향력> 창간호부터 4호까지 계절마다 한 번씩 가장 먼저 보내드립니다.
5월에 발행될 <영향력> 봄의 끝자락호이자 2호에 실을 원고 역시 조만간 모집할 예정입니다.
지금도 일과를 마치면 글을 쓰고 계신 분들, 그런 글들을 읽고 있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주변에 <영향력>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영향력을 받을 만한 분들을 알고 계시다면
많이 많이 소문 내주세요.
저희는 더 좋은 <영향력>을 만들겠습니다!
궁금해하실 독자들을 위해
<영향력> 창간호에 실을
시 한 편을 먼저 소개합니다
<영향력> 창간호에 실을 김정애 시인의 '참외'
참외
저녁상을 물리고 티비를 보면서
엄마가 깎아준 참외를 먹었어
다른 과일과는 달리
참외는 둥글게 돌려가며 깎지 않고 세로로 깎잖아
한 줄 한 줄 묵은 때를 벗겨 내듯이
입대하는 날 훈련병 머리를 밀듯이
어쩌면 나는 네 마음을 보려고
네게 난 결을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 깎으려 했는지 몰라
그래서 네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고
또 훨씬 오래 걸렸는지도,
투덜투덜 내 마음대로 간 길이
네게 상처를 새겼는지도 모를 일이지
엄마가 참외 깎는 걸 보면서 알았어
네가 참왼 줄 몰랐어
<영향력>의 편집인인 김은진 시인의 시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영향력> 창간호에는 김은진 시인의 아래 시와 다른 세 편의 시를 싣습니다.
<더 멀리> 5호에 실은 김은진 시인의 '설득'
설득
이 집은 채광이 좋지 않아서...
데려온 개를 쓰다듬으며 선생님이 말하는데 스웨터가 뒤집힌 채였다
좁고 기다란 부엌 창문에서 세밀한 빛이 들어와 선생님과 개를 비춘다
선생님은 개를 마음에 들어했다 개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스웨터를
뒤집어 입은 것도 모르고 선생님은 점심을 준비한다
나는 부엌 식탁에 앉아 있다
식탁 위에는 세밀한 빛이 있고 빛을 제외한 자리엔 회색 그림자가 있다
냉장고 문이 열렸다가 닫힌다
무언가가 기름에 구워지고 나는 그 냄새를 맡는다 의자에 앉아
선생님의 뒤집힌 스웨터를 보다가 데려온 개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선생님은 모르고
지금은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
선생님은 개를 마음에 들어했는데
예쁘다
개를 보고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우리는 모르고 있다 그 예쁜 것이 선생님을 안고 호수에 빠져 죽는다는 것을
부엌 창문으로 겨울 햇살이 기운다
많은 관심과 소문, 그리고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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