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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인제주 Nov 16. 2018

감추어지지 않는 매력 <요요무문>

민박집 주인장이 알려주는 구석구석 제주 이야기 (15)


길고도 긴 제주의 밤, 하트는 다 떨어져서 더 이상 게임도 못 하고. TV는 아무리 채널을 뒤적여도 볼 것도 없고. 세상에. 도깨비는 또 하네. 이보시오 도깨비 양반. 곧 대본을 다 외울 지경이라고요.
이러다보면 하릴없이 누워서 핸드폰 사진을 뒤적이게 된다. 지나간 사진, 지나간 기억. 2년 전의 제주.


2년전 여행객 시절, J와 월정리에서 세화리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걸은 적이 있다. 지금 다시 그 길을 걸으라면 차라리 수청을 들겠사옵니다. 미쳤지. 미쳤어. 징징거리는 나를 J가 어르고 달래며 간신히 걸었던 기억이지만 그래도 그 때 걸었던 그 길들이 가끔씩 생각난다.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들. 월정리만큼 많이 변한, 변해가고 있는 곳이 바로 평대리. 그 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요요무문은 그 '아무것도 없던 시절' 부터 평대리를 지키고 있던 터줏대감 격인 곳이다. 평대리 해녀작업장 2층에 자리하고 있어 물질 시즌엔 진귀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가 막힌 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큰 매력 포인트.





작은 계단을 올라가면 벌써 고양이들의 흔적이 마구 보이는데 입구쪽에 쪼그려 앉아 있는 녀석, 사람이 보이면 후다닥 도망가기 바쁜 녀석, 한 두 놈이 아니다. 해녀작업장이 있어 모여든 고양이에 밥을 주기 시작한 걸까, 밥을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모이기 시작한 걸까. 순서야 모르겠다만 여튼 입구부터 귀여움이 도사리고 있어 심장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드르륵 문을 열면 유난히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저절로 말소리를 줄이게 된다. 창가 자리에 조로록 앉을 수 있게 마련된 자리와 몇 개의 테이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소곤소곤 대화를 이어나가는 사람들. 아 좋네.





당근케이크를 비롯해 시즌 과일을 사용한 쇼트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는데 작년 여름엔 하귤케이크가 맛있어서 꽤나 들락날락 거렸던 기억이 난다. 앞서 소개했던 여타 카페들처럼 케이크도, 커피도 항상 안정적인 맛으로 제공되어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카페 중 하나이기도 하고 예쁜 바다뷰, 그리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약간의 소품도 판매되고 있어 관광객 손님이 오면 꼭 데려가는 필수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한데 다들 또 그렇게도 맘에 들어한다.




그렇다고 '관광객용' 카페는 아니고 실제 동네사람들도 꽤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평대리 터줏대감 격인 카페인데 그렇게 많고 으리으리한 카페들이 주변에 마구 생겨나도 여전히 건재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니까.  

아, 맞다. 깜박 잊을 뻔 했는데 라떼를 주문하면 엄청 귀여운 고양이 라떼가 나온다!
이 세상엔 다양한 금손 능력자들이 도처에 계시는구나 싶다니깐. 하아.





그나저나 요요무문이 무슨 말인지 들어본 사람?

네이버 검색을 해 봐야 하나 찰나, 자그마한 카드가 한 장 보인다.

'명예나 명성이 보잘 것 없어 남에게 잘 알려지지 않음'
어머? 이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기엔 이미 너무 유명하고 맛있는걸요. 낭중지추라 하지 않았습니까. 어디서든 빼어난 것은 반드시 존재감을 뽐내기 마련이지요. 너무 소박하고 겸손한 이름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에 비해 난 일확천금, 부귀영화, 금은보화 이런게 좋아. 깔깔. 아. 금은보화는 사자성어가 아닌가. 뭐. 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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