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neric Kim Nov 21. 2019

Go with the flow(순리대로 살다)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한글을 가장 사랑하지만, 영어 단어 중에 내가 아주  아끼며 자주 꺼내보는 단어가 하나 있다. 

flow: '흐르다, 흘러오다, 흐름'을 뜻하는 이 단어는 의식의 흐름을 정의하는 '몰입'이라는 개념까지 아우르는 참 귀한 녀석이다.

그런 flow가 이끄는 문장 'Go with the flow'의 의미는 '흐르는 대로 가라 즉 순리대로 살아라'.


나올 듯 말듯하며 끊임없이 통증을 유발하는 사랑니처럼 몇 년간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고민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는 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와 내 직업을 뒤로하고 다른 나라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늘 뒷걸음질치곤 했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유창하지 않은 그곳 언어를 쓰며 못 알아들어도 알아들은 척하면서 속은 기쁘지 않은데 겉은 웃고 있는,

내가 나답지 못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 존재가 한낱 먼지 같다는 생각은 내 시야를 점점 뿌옇게 만들었다.

여행을 즐길 정도의 모험심은 있지만, 내 몸에 딱 들어맞는 삶을 아무렇지 않게 내려놓을 만큼 용감하지는 않았다 그때의 나는.


순례길을 걷고 또 걸었던 그 시간들 속에서 그리고 일상을 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늘 한 문장을 되뇐다.

'순리대로 살아라(Go with the flow)'

삶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의 변화에 맞서 싸우다 늘 여기저기 멍 투성이가

되고 난 후에야 조금씩 깨달았다.

변화는 피할 수 없음을.

나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아님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라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시기에 잠시 머물렀던 곳에 돌아와 있는 지금.

그 당시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먼지 가득 쌓인 채로 책장에서 나를 반긴다.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초와 미국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의 담화를 엮은 책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본질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 원인과 바탕을 조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시작은 우리가 영원하지 않고 일시적인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대로 정지해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의 피가 순환하는 걸 생각해보세요. 피는 끊임없이 흐르면서 우리 몸을 돌기 때문에 결코 가만히 있는 법이 없습니다.

모든 것들은 변할 수밖에 없고 어떤 것도 영원한 상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만의 힘으로 똑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 당시의 나는 이 구절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불어오는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몸을 맡길 수 있을 만큼의 용기가 내 안을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케 세라 세라(Qué será será: 될 대로 라)의 자조 섞인 태도를 버리고,

순리대로 살아갈 의지가 혈액을 타고 흐른다.



작가의 이전글 몰입할 취미가 있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