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이십일. 어느덧 서울에는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곳은 세인트 패트릭 축제로 한껏 달뜬 기분을 안은채 일주일이 지나갔다. 하루하루 삶을 축제로 물들이며 실아야 할 텐데 아직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숨 가쁘다. 축제가 끝나고 나는 다시 오전에는 어학원을 다니고, 오후에는 집구하기에 나서는 현실에 부딪혀야 하기 때문이다.
낮엔 누군가 막연하게 그리워 꿈속에서 만나 질까 혼잣말을 하다 눈을 꾹 감고서 잠을 청했다. 꿈속에서 얼마나 헤매었던지 일어나 보니 그리운 이는 온데간데없고 이마에 땀만 흥건했다. 온전한 내 시간을 살고자 떠나왔는데 SNS를 들여다보며 타인의 시간 속에서 나를 발견할 때마다 몰려드는 그림자가 낯설다. SNS는 취향에 맞게 적절히 하는 것은 좋지만 이렇듯 내 현실이 녹록치 않을 땐 독이 된다. 나빼고 모두 행복해보이니까.
그러다 문득 동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따스한 웃음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해가 지고 집 안에 불빛이 하나 둘 밝혀질 즈음 나도 돌아갈 곳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뜨끈한 밥을 배부르도록 나눠주는 이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고마운가. 여전히 안정적이지 않은 생활의 일렁이는 파도가 서러운 발걸음을 잡아끌어도 아직 나는 괜찮은 거겠지?
여하튼 이곳은 봄이 왔다고 유난스럽지 않아서 좋다.
아직도 매서운 바람에 현실적 감각을 키우기에 적격인 것이다.
그래도 오늘 밤은 유채꽃의 노란 온기가 그립다.
나긋하고 다정했던, 장난스러웠던 그 목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