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음악과 사진의 공통분모

꿈에 보고 싶은 사람들이나 실컷 만났으면 좋겠다.

by 드작 Mulgogi

오늘은 조금 지치는 날이다.

더블린에 바람이 세차게 분다.


샤워를 하고 안락한 이부자리에 앉았다. 지금은 밤이고 자야 할 시간인데 무언가 붙잡고 싶은 기분에 오랜만에 외장하드를 열었다. 오래된 다이어리도 함께. 다이어리를 읽으며 음악을 매치 매치시킨다. 일순 행복은 이불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 이라 정의 내렸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내게 음악을 하나 골라 준다.


몬도 그로소 Mondo Grosso의 1974 Way Home. 무언가 과거의 기억을 아스라이 불러일으킨다. 설렘과 그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음악에 맞춰 살며시 눈을 감았다 떠 본다. 다른 장소에서의 같은 시간의 공감이라니... 나는 그의 이런 점을 사랑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 당신들도 만약 이 음악을 듣고 있다면,

우린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의 공감 중이겠다.


나를 스쳐간 숱한 인연들과 비록 공간은 달라졌지만 같은 시간에서 듣는 음악이라니 퍽 쓸쓸하면서도 낭만적이라 여겨진다. 2009년 5월 11일의 일기엔 '현실이 가혹하겠지만 버텨낼 수 있겠지?' 라고 적혀 있다. 아까 저녁 먹을 때 플랫 메이트들과 추억담을 나누다 보니 가족을 비롯해 하나 둘 보고 싶은 얼굴이 떠올랐다. 애착하는 과거의 순간을 소장해둔 일은 역시 잘한 일이다. 자기 전에 사진들을 바라보며 회상에 젖어든다.


음악과 사진은 언제고 그 시절의 나로 되돌려 놓고 만다.

어떤 사진들은 그 시절의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을 보면 당시의 감정이 스르르 떠오르는 이유다. 뷰 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피사체를 찰칵하고 누르는 순간, 사진에 채워지는 나의 감정들은 글을 쓰듯 사진에 담고 싶은 나의 어떤 열망이자 희망이었을 것이다.


사진 속의 나는 너무도 환하게 웃고 있어서 그 시절의 나는 함부로 대책없이 행복해 보인다. 분명 그 시절 또한 감내해야 했던 삶의 시련과 슬픔과 두려움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때론 사진은 과거의 지난한 부분은 딸깍, 지우고 오직 행복한 순간만을 포착하여 과거에 대한 현재의 기억을 편집한다. 그래도 이때의 나는 참, 행복해 보여 웃음 짓게 만든다.


오늘은 꿈에 보고 싶은 사람들이나 실컷 만났으면 좋겠다.

음악과 사진 그리고 글이 주는 힘을 빌어 오늘 밤도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