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스위스 여행
아침 여섯 시 반, 핸드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무거운 몸을 일으켜 샤워실로 향했다. 휴가를 떠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주동안 쌓인 피로에 몸이 맘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서 리옹의 Perrache 버스정류장에 조금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곧이어 버스에 올라탔고 자리에 몸을 눕히자마자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서너 시간을 푹 자고 깨어보니 어느새 프랑스 국경을 넘어서 스위스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인 베른에 도착하시까지는 한두 시간 남은 무렵, 말짱한 정신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스위스에 왔던 건 정확히 3년 전, 내가 대학을 수료하고 네덜란드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학생 때 교환학생들과 교류하는 클럽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친해진 스위스 친구가 내가 유럽에 있다는 소식을 알고 기꺼이 나를 초대해주었다. 그 첫 스위스 여행에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그에 기반한 사람들의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었고,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2020년 8월, 첫 스위스 여행으로부터 삼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바라던 대로 다시 스위스를 향해 달리면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해외 석사 진학과 프랑스 현지 회사 인턴십이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이뤘고 그 사이사이 계획했던 몇 가지 세부적인 목표들에 실패했다. 그 당시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모습이 계획을 세울 당시 상상했던 것처럼 대단하지는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처음 이 해외유학이라는 계획을 세울 때 이게 과연 가능할지 끊임없이 나 자신과 상황을 의심했는데 하루하루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다 보니 내가 바라던 방향으로 내 삶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베른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친구를 만나 포옹을 하고 그간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던 만큼 친구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삼 년 전 나처럼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친구는 곧이어 정직원으로 채용되어 주니어로 삼 년을 일한 뒤 얼마 전 시니어 승진 심사에 통과했다고 했다. 우리는 이 짧은 여행 동안에 서로에게 지난 2년 반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들과 일상의 이야기를 모두 나누겠다는 의지에 불타 발걸음만큼이나 바쁘게 이야기를 재촉하며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