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둘째 생일을 맞아 가족이 함께 수영장엘 갔다.
뮌헨 외곽에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곳이었는데, 다른 수영장에 비해 물이 따뜻하다고 했던가, 실내가 따뜻하다고 했던가, 아무튼 따뜻하다는 풍문을 듣고 가게 되었다.
둘째 생일 기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나를 위한 것이었다.
수영을 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다.
잠깐일지라도 그런 순간들이 이 시간을 버티게 해 줄 테니까.
그곳은 아쉽게도 물도 실내도 그다지 더 따뜻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오랜만에 물속에 들어가니, 남편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니, 맛있는 햄버거를 먹으니 오길 잘했다 싶었다.
그 수영장은 다이빙대가 잘 되어 있었다.
네 가지 높이의 다이빙대가 시간 차를 두고 하나씩 열렸다.
3m 높이의 다이빙대가 열렸을 때, 막내가 올라가서 뛰고, 또 올라가서 뛰고 하길래 나도 올라가 보려 했는데, 내가 올라가던 중 그만 그곳이 잠기고 5m 다이빙대가 열렸다.
기왕 올라가던 거니 해보자는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다이빙대 끝에 섰다, 물러서서 다른 사람들을 앞으로 보내고, 또 끝에 서 보기를 반복..
그러고 있는 중에 막내가 올라와서는 같이 뛰자고 했다.
근데 그 애도 뛰지를 못했다. 3m보다 훨씬 무섭다고 했다.
둘이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하는 중,
사람들은 첨벙첨벙 잘도 뛰어내렸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우리를 보던 둘째가 답답했던지 올라와서는 뒤에서부터 달려가서 아래를 보지 않고 뛰어내리면 훨씬 쉽다며 시범을 보여줬다.
그래, 아래를 보지 말고... 뒤에서부터...
타 다다다다.. 끼익.
보다 못해 아이랑 같이 뛰러 왔던 아저씨가 차렷자세를 해 보이며 이렇게 하고 그냥 발을 앞으로 내디디면 된다고.. 또 시범을 보였다.
차렷까지는 따라 했지만 한발 앞으로, 가 안 됐다. 발 밑에 아무것도 없다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건지 처음 알았다. 남편도 자꾸만 1초면 끝날 거라고 아래서 응원했다. 하지만 아래서 하는 응원은 무용지물.
또 그렇게 망설이고 서성이며 한참, 금방 뛰어내리고 또다시 올라온 아저씨가 지금 뛰어보라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eins, zwei, drei! (하나, 둘, 셋!)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발을 내밀었고, 풍덩.
다이빙대 위에서 내려가지도 않고,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게 나인 것 같았다.
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건 많은데, 막상 용기를 내서 한 발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상태.
포기하지도 취하지도 못하고 욕망과 절망 사이를 무한정 서성이고 있는 상태.
그 서성임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