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에필로그
어느 여름의 끝, 다시 마루에 앉아
마루 끝에 앉아 있으면,
바람결에 흙냄새가 묻어온다.
어느 비 오는 날, 엄마가 덧방에 널어두셨던 옷들,
그 사이사이 스며든 나무 냄새,
부뚜막에 앉아 고구마를 까던 손끝의 온기까지.
그 모든 것이 돌아와
지금 내 마음 한복판에 조용히 앉는다.
나를 키운 건 시간만이 아니었다.
엄마가 새참을 싸던 그 바구니,
아빠가 썰매에 깎아 넣던 칼날,
동생들과 함께 나눈 장터의 뻥튀기 한 줌.
삶은 그렇게,
무겁지 않게 그러나 깊게
내 안에 스며들었다.
때론 기억이란 것도
익지 않은 과일 같아,
시간이 지나야
제 맛을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나는 참 자주 웃었고,
참 많이 뛰었으며,
참 오래 기다렸다.
아빠의 썰매가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순간,
엄마의 등 뒤에서 장터로 향하는 발걸음까지.
이제 그 기억들은
흐릿하지도, 아프지도 않다.
그저 마음 깊은 곳에서
아직도 나를 지켜주는 풍경으로 남아 있다.
나는 안다.
언젠가 그 시절의 ‘나’가
지금의 ‘나’에게 묻는다.
"그때처럼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니?"
그래, 아주 잘.
---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에필로그
#유년의 기억 #마루에 앉아 #기억의 풍경
#엄마와 나 #아빠의 손 #고향의 시간 #추억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