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학교 가는 길, 마음 가는 길
내가 학교에 가던 길은 늘 한결같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시간 남짓 흙길을 걸어야 했다.
양쪽으로 펼쳐진 논밭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었고,
아침마다 마주치는 풍경은 늘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아직 어린 나는 그 모든 변화가 신기하고, 또 두려웠다.
겨울이면 바람이 얼굴을 아프게 때렸고,
봄이면 불쑥 돋아난 냉이꽃이나 민들레가 친구처럼 반가웠다.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친구들과 뒤쳐지면 어쩌나 조급했던 마음,
학교 근처 구멍가게 앞에서 간식 하나 고르느라 갈팡질팡하던 순간들이
이제 와 돌이켜보면 모두 따뜻한 기억이 되어 남아 있다.
학교라는 공간은,
공부를 배우는 장소이기보다
‘마음을 배우는 곳’이었다.
서툴게 줄을 서고, 조용히 손을 들고,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말을 건네고,
실수도 하고, 용기도 내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나는 아이들과 함께 조금씩 세상을 배워갔다.
우리 학교는 학년마다 반이 하나뿐이었다.
선생님도, 친구도, 매년 그대로였다.
그래서 더 가족 같고, 더 불편하고, 더 가까웠다.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의 톤 하나만 들어도
그날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했다.
그중에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3학년 때의 담임선생님, 최송희 선생님.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따뜻한 선생님이었다.
수업 시간마다 동화책을 읽듯 말씀하시고,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서, 마당에서, 산책길에서 수업을 하셨다.
그 수업은 교과서에 없었지만, 내 안에는 평생 잊히지 않는 풍경으로 남아 있다.
나는 누군가의 눈에 들고 싶어 애쓰던 아이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나를 움직였고, 또 지치게도 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과 부딪히고, 울고, 다시 웃으며
나는 나 자신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은
아침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가득했다.
어느 날은 발걸음이 가볍고,
어느 날은 울음을 참고 걸어야 했고,
또 어느 날은 그냥 누군가의 집에 들렀다가 어둑어둑해서야 집으로 향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외롭기도 하고, 풍성하기도 했으며,
문득문득 ‘나’라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처음으로 느껴보기도 했다.
학교 가는 길은 마음이 가는 길이었다.
그 길에서 나는 세상을 알기 시작했고,
사람을 조금씩 배웠으며,
무엇보다도 ‘나’라는 작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그 시절 흙길을, 냉이와 고들빼기가 돋아나던 그 들판을,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의 수다를,
선생님의 눈빛과 웃음을,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매일 다른 감정으로 물들던
그 ‘마음의 길’을 되짚어 다시 걸어보려 한다.
그 시절의 나를 불러낸다.
하얀 고무신을 신고, 가방끈을 한쪽 어깨에 걸고
먼지 일던 마을길을 터벅터벅 걷던
그 작은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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