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골목을 걷다

16화

하굣길이 옮겨졌다


호기심 많고 사람을 좋아하던 나는

전학 온 아이들 중

나와 결이 비슷한 연명자와 금세 친해졌다.

명자는 눈빛이 선했고,

같은 것에 웃고 같은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였다.


조용한 서영이와도 나는 가까워졌다.

서영이는 말수가 많진 않았지만

마음이 깊고 따뜻한 친구였다.

공판장에서 일을 도우며 늘 엄마와 함께 있는 서영이는

하굣길에도, 교실 안에서도

어딘가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아이들과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레 나의 하굣길도 바뀌었다.


이제 나는

늘 가던 마을길을 지나

전학 온 친구들이 이사 온 4 지구 쪽으로

천천히 걷게 되었다.

산 너머라 조금 멀었지만,

그 길이 좋았다.


함께 걸을 친구들이 생기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재미있는 대화와 장난이 끊이지 않았다.


4 지구는 소풍 가는 날 들렀던 그 산 너머였다.

산을 돌아 내려가면

명자네 집이 있었고

거기선 저녁이 되도록,

맘껏 놀 수 있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고

엄마도 알고 계셨다.

명자네 어른들이 나를 반겨주었고

엄마는 그 집이 괜찮다며 허락해 주셨다.


희수도 그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반 아이들이 하나둘 명자네 마당에 모이면

누가 따로 있고,

누가 눈치 보이는 일 없이

함께 웃고, 뛰고, 이야기를 나눴다.


희수와도 우리는

다정한 친구였다.


잘생긴 아이,

인기 있는 아이라는 틀을 벗고

그저 자연스럽고 편안한

친구로 지낼 수 있어서

나는 좋았다.


서영이는 명자네 집 놀러 갈 땐

자주 빠졌지만

가끔은 간식이며 과일을 들고

깜짝처럼 나타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다들 환호했고

서영이는 조금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 시절,

나는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내 안의 호기심과 따뜻한 마음이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친구가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하굣길이 달라졌다는 건,

내 마음의 길도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세상을 더 넓게,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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