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연 씨 아이들이 온 날
2학기가 시작되자
전학 오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날도 교실 앞엔 낯선 얼굴이 네 명이나 줄지어 서 있었다.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둘.
신기하게도 모두 성이 ‘연’씨였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연’이라는 성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더 신기한 건
그들이 형제가 아니라는 것.
친척이 한꺼번에 이사 오는 경우가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속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진짜 친척인가?'
'같은 집에서 사나?'
'누가 제일 나이 많을까?'
궁금했지만,
입밖으로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런 나 자신이 참 속상했다.
그 아이들이 내 옆을 지나가며 웃을 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눈만 마주친 내가
유난히 소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우린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
같은 반, 같은 운동장, 같은 도시락.
시간이 아이들을 엮고
서서히 서로의 이름이 입에 익어갈 무렵,
나는 그중 한 아이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연희수.
정말 잘생긴 아이였다.
그 시절 우리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게 멋졌고,
나는 처음으로
“TV에 나오는 사람보다 잘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희수가 말할 때,
웃을 때,
심지어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나는 눈을 떼기 어려웠다.
괜히 희수 앞에선
조금 더 또박또박 말하게 되고
머리도 단정히 빗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그 시절,
내가 처음으로 느꼈던
어쩌면
아주 여린 첫 호감.
그 감정은
바람결에 스치는 풀잎처럼
수줍고 조용했지만,
내 안에서 오래 흔들렸다.
연희수와 그날 처음 전학 온 연 씨 아이들은
그 후로도 내 초등학교 시절의 한 모퉁이를
오래 따뜻하게 지켜주는 이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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