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옥경이네 집에서
마장 공판장 아래쪽,
옥경이가 살던 동네는
왠지 고요하고 정돈된 느낌이 있었다.
옥경이는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
시골에서 흔치 않게 단정하고 고운 옷을 입고
항상 말끔하게 학교에 왔다.
처음엔 좀 멀게 느껴졌던 아이.
하지만 옥경이는 그런 나를
곧잘 자기 집에 데려가 놀다 가라고 했다.
따라간 옥경이네 집은
도시 냄새가 나는 집이었다.
넓고 반듯했고,
무엇보다 엄마가 날 반겨주는 집이었다.
옥경이 어머니는
항상 손에 뭔가를 들고
“우리 미숙이 왔니?” 하고
따뜻한 눈으로 날 바라보셨다.
작은 양은 쟁반 위에
손수 만든 떡이며 과자,
그리고 하얀 우유가 담긴 유리컵까지 내오셨다.
그건 나에게
처음 받아보는 도시식 간식이었다.
옥경이는 나를 데리고
동화책을 읽어줬고
받아쓰기도 놀이처럼 했다.
“자, 오늘은 이 단어 해볼까?”
“기차, 바다, 선생님…”
그 모든 게 게임처럼 느껴졌고,
그 시간은 꽤 재밌었다.
옥경이 어머니는 곁에서
조용히 웃으시며
틀려도 괜찮다고,
잘했다고,
작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나는 그 무렵
학교란 게 어떤 곳인지
사실 잘 몰랐던 아이다.
1학년 땐 자주 빠졌고
책상에 앉아있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늦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옥경이와 옥경이 어머니는
내게 공부라는 걸
놀이처럼 느끼게 해 줬다.
나는 칭찬을 들으며
받아쓰기 하나를
기쁜 마음으로 해냈고,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조금씩 받아들였다.
그 시절,
공부는 그런 것이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꾸짖음이 아닌 관심,
채찍이 아닌 칭찬.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난 조금 뿌듯했고
그날 배운 단어를
혼잣말로 되뇌었다.
그리고 가끔은,
옥경이네 집 마루에서
하얀 우유를 들고
웃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이
불쑥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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