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짧은 말, 긴 마음
이발소 유리창 너머로 보던 미경이는
가까이서 보면 더 조용한 아이였다.
미경이는 길게 말하지 않는다.
항상 미소를 머금은 채
내가 조잘조잘 이야기를 해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짧고 고운 말투로 대답하곤 했다.
“그랬구나.”
“괜찮았겠다.”
“응, 나도 비슷했어.”
언니가 동생 대하듯
조금은 다정하면서도
거리를 두는 말투였다.
처음엔
그 말수가 아쉬웠다.
내가 말하면 같이 웃고
크게 리액션을 해주는 친구들이 익숙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미경이의 짧은 말엔
묘한 울림이 있었다.
많이 말하지 않아도
듣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켜보고, 공감하고,
그 아이만의 방식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느낌이었다.
하루는 내가
문희랑 작은 다툼이 있었던 날이었다.
괜히 속상해서
미경이에게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문희가 왜 그랬을까? 나만 싫은 건가…”
미경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가끔 그런 날도 있지.
네가 잘못한 건 없었잖아.”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참 이상하게도
훌쩍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미경이의 짧은 말들은
내 안에 오래 머물렀다.
수다스럽고 감정이 풍부한 나와
조용하고 깊은 눈을 가진 미경이.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도
가끔씩 마음을 맞췄다.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엔
충분한 위로와 공감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복잡한 단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는 법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해 가을,
미경이라는 아이에게서
말없이도 마음을 건네는 법을
조금은 배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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