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세상과 나 사이

1화


제목: 종필이와 짝이 되다


5학년이 되자 우리 반엔 아이들이 훨씬 많아졌다.

선생님은 전교생을 운동장에 불러 모았다.

"앞으로 나란히! 여섯 줄로 서볼까요?"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는 그 말에 따라 쭉 줄을 섰다.

그제야 선생님은 남녀 각각 네 줄로 다시 나누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키순서대로 짝을 지어주셨다.


그렇게 나는 종필이와 짝이 되었다.

처음 듣는 이름은 아니었지만, 가까이서 본 적도,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는 아이였다.

조금 센 이미지.

장난도 심하고, 말을 툭툭 내뱉는 아이.

그 옆에 앉게 되었다는 사실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처음엔 정말 불편했다.

책상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세워진 듯,

나는 자꾸만 책을 오른쪽 끝으로 밀어두었고,

종필이는 괜히 책상에 턱을 괴거나 헛기침을 하며 의자를 삐걱거렸다.


쉬는 시간에도 우린 딱히 말이 없었다.

그저 주변의 친구들과 각자 놀았다.

그러다 어느 날, 종필이가 내 연필을 빌려갔다.

아무 말 없이.

그걸로 무언가를 끄적이더니 나중에 돌려줬다.

“이거, 진하네.”

딱 한 마디.


그날 이후, 조금씩 달라졌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우리에게 칠판 지우기를 시켰고,

종필이는 내가 먼지가 날까 봐 손수건을 내밀어줬다.

그때, 아주 살짝, 종필이가 괜찮은 아이처럼 느껴졌다.

말투는 여전히 거칠었지만, 어쩐지 배려를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며칠이 지나자, 우린 서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고,

둘만의 작은 장난도 생겼다.

물론 여전히 종필이는 내가 숙제한 걸 몰래 베끼려 들었고,

나는 그런 종필이를 쿡 찌르며 혼내곤 했다.


하지만 그 거리.

처음엔 어색했던 그 '사이'는

조금씩 따뜻하게 물들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4부 세상과 나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