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세상과 나 사이

머리말

세상과 나 사이〉를 시작하며

국민학교 5학년.

어쩌면 이 시기는 세상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아이와 어른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체감하기 시작하는 첫 무렵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전까지는 늘 누군가의 품 안에서 살았고, 우연히 엮이는 만남도 깊은 의미 없이 지나치곤 했다.

하지만 5학년이 되자 친구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웃는 표정, 말투, 자라온 배경, 걸음걸이까지도 마음에 새겨졌다.


그건, 내가 세상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는 뜻이었고,

내 안에 작은 내가 눈을 떴다는 의미였다.


짝꿍 제도라는 걸 처음 경험한 것도 이때였다.

처음엔 그저 옆자리에 앉은 아이일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함께 웃고 싸우고 오해하며, ‘관계’란 걸 배워갔다.

그 거리는 너무 가까워도 불편했고, 너무 멀면 서운했다.


서로를 의식하고, 견주고, 때론 부러워하고 실망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나와 너’를 분리해 갔다.

그래서였을까, 이 시기의 나는 혼자만의 감정과 비밀을 품기 시작했다.

같이 걷던 길도, 똑같이 웃던 장난도 갑자기 달리 느껴지곤 했다.


이 시절 나는 누구를 닮고 싶었고, 누구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품었다.

어떤 친구는 말 한마디에 울컥했고, 또 어떤 날은 괜히 웃겼다.

사춘기의 문턱은 그렇게 아주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나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제 나는 그 모든 마음의 작은 파문을 돌아보며,

당시 나에게 말을 건네보려 한다.


“그때의 너, 참 예뻤고, 참 소중했어.”


그 말 한마디로 5학년의 미순이를,

그 찬란했던 사이를 다시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