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6화. 찐빵과 사과, 그리고 기둥 같은 오빠

6화. 찐빵과 사과, 그리고 기둥 같은 오빠

“엄마는 이모 좀 도와드리고 같이 올라갈게.

너는 현철이랑 먼저 집에 가 있어.”


식당에서 나오며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잠깐이지만 엄마 없이 걷는 골목길은 낯설고 축축했다.

하지만 오빠가 곁에 있었다.

나는 오빠를 따라 가로등이 늘어선 길을 조심조심 걸었다.


시골집엔 가로등 같은 게 없었다.

밤이면 어둠이 허리를 감쌌고, 달빛만이 길을 내줬다.

하지만 이 골목의 가로등은 내 발끝을 또렷하게 비추었고,

그 불빛 속엔 오빠의 그림자도 함께 걸었다.


가끔 미끄러운 얼음이 발끝에 걸렸지만,

오빠는 다 아는 듯 옆에서 살짝 팔로 나를 받쳐주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하나도 안 무섭다. 오빠가 있으니까.’


시골에선 내가 동생들을 챙기는 쪽이었다.

엄마 없이 학교 다니는 일도, 밥을 챙기고 숙제를 도와주는 것도 다 내 몫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동생이 되었다.

그게 조금 어색하고, 또 이상하게 따뜻했다.


집에 도착했을 땐,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다.

오빠는 내 방을 알려주고, 자기가 씻고 오겠다고 했다.

나는 가방을 벗고 앉아 조용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벽에 걸린 오빠의 모자와 가방, 책상 위에 쌓인 참고서와 문제집.

오빠는 진짜 공부를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잠시 뒤, 엄마와 이모가 함께 들어왔다.

이모는 식당에서처럼 여전히 숨이 찼고,

엄마는 장갑을 벗으며 손을 비볐다.


“선영아, 이모 방에 다 같이 모이자.”


이모 방에는 찐빵과 깎은 사과가 접시에 놓여 있었다.

전기장판이 켜진 방 안은 훈훈했고,

엄마와 이모, 오빠, 그리고 나—우리는 처음으로 한 방에 모여 앉았다.


엄마는 따뜻한 사과 한 조각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선영아, 이모가 많이 바쁘셔. 식당도 돌봐야 하고, 집안일도 많아.

조금 있으면 오빠도 방학이지만, 오빠는 이 집 기둥이니까 공부 먼저 해야 해.

너는 집안일이랑 가게일도 가끔 도와드려.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 말하려는데 목이 메었다.

엄마가 나를 믿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모가 바쁜 걸 알고도 나를 이 집에 먼저 보낸 이유도 이해했다.


“현철이, 선영이 잘 챙겨줘.

엄마는 너만 믿는다.”


엄마의 말에 오빠는 짧게 “응” 하고 대답했다.

나는 그 목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찐빵은 손 안에서 천천히 식어갔다.

그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서울에서의 내 자리’라는 것을 생각했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잘 해내야 할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다행히,

이 집에는 오빠가 있었다.

언제든 곁에 있어줄 것 같은 기둥 같은 사람.

매거진의 이전글철대문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