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천 원입니다
7화. 천 원입니다
엄마는 점심을 먹고, 떠나셨다.
고속버스가 서울을 빠져나가는 동안, 나는 식당 한편에 앉아 있었다.
오빠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간 모양이었다.
문이 반쯤 열린 그의 방문은 이불이 개켜지지 않은 채였다.
교복 윗도리를 툭툭 걸쳐 입고, 고무장갑을 낀 엄마에게 짧게 인사하곤 나간 걸 나는 기억했다.
내일부터는 방학이니까, 오빠가 집에 있겠지.
그 생각에 조금은 덜 외로웠다.
나는 분식집 안쪽, 김 서린 유리창 옆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주방과 손님들 사이에 작은 간이 의자가 놓여 있던 그 자리는, 어쩐지 내 자리처럼 느껴졌다.
밖은 바람이 찼고, 유리창엔 따뜻한 국물의 김이 흘러내렸다.
엄마가 떠난 자리는 조용하고, 이모의 손놀림은 바빴다.
“집에 가서 쉬고 있어도 되는데.”
이모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 집에 가는 게 좀… 어색해서요.
이모 도와드리고 싶어요. 오빠 올 때까지만 기다릴게요.”
이모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다시 주방 쪽으로 향하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묵 국물을 데우고, 튀김을 한 판 더 올리고, 냉장고 안에서 단무지를 꺼내 그릇에 담고…
식당은 작지만, 돌아가는 손놀림은 쉼이 없었다.
나는 눈으로 이모를 따라갔고, 움직임을 익혔다.
가끔 이모와 함께 일하는 이모님이 “손님 나가셨어요” 하고 말하면,
이모는 물걸레를 들고나가 테이블을 닦았다.
그럴 때 나는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모가 쓰던 앞치마를 가지런히 개었다가 다시 걸어놓았다.
“저쪽 가서 책 읽고 있어도 돼.”
이모가 고개로 카운터 앞쪽을 가리켰다.
나는 가방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들고 조심스럽게 그 자리에 앉았다.
사실 그 자리, 마음에 들었다.
왠지 식당 안 풍경이 한눈에 보이고,
바로 옆에 주전자와 물컵이 놓인 작은 선반이 있어서 따뜻한 기운도 느껴졌다.
책장을 한두 장 넘기고 있을 때, 앞치마를 두른 손님이 다가왔다.
“이거 얼마니?”
나는 책에서 눈을 떼고 당황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주방 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모—!”
“천 원이요.”
이모의 목소리가 주방 너머로 들렸다.
나는 고개를 다시 손님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천 원이요.”
손님은 지갑에서 구겨진 지폐 한 장을 꺼내며 웃었다.
“그래, 천 원이네.”
나는 조심스럽게 돈을 받아 앞쪽 바구니에 넣었다.
손끝이 약간 떨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모처럼 된 건 아니지만, 무언가 작은 역할을 한 것 같아서.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지만, 눈은 책장에 머물지 않았다.
식당 안 사람들, 이모의 움직임, 어묵 국물의 냄새, 그리고
‘천 원이요’라고 말하던 내 목소리가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서울살이,
조금은 익숙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