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이모님이라 부르기 시작한 날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6화
이모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날
알바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노래방은 그날도 조용했다.
룸 다섯 개 중 세 개만 손님이 있었고,
나머지 두 개는 불이 꺼진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성진은 카운터 뒤에서 매출 정리를 하고 있었고
나는 빈 룸을 정리하고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청소 다 했습니다.”
성진이 고개를 들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성진이 갑자기 웃었다.
“근데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성진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이모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나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왜 갑자기 이모님이에요?”
성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편해서요.
그리고… 저보다 인생을 더 많이 사신 분 같기도 하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이모님 해요.”
그날 이후 성진은 자연스럽게 나를
“이모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모님 커피 드실래요?”
“이모님 오늘 손님 분위기 괜찮죠?”
“이모님 청소 진짜 꼼꼼하게 하시네요.”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호칭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어쩌면 우리는
사장과 알바 관계라기보다
조금 다른 관계였는지도 모른다.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과 후배 같은 관계.
그날 밤도 손님이 없는 시간에
성진은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모님… 제가 예전에 진짜 거칠게 살았어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때 어머니 때문에 싸움도 많이 했고
누가 저 건드리면 그냥 끝까지 갔어요.”
성진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생각이 없었던 거죠.”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듣고 있었다.
“칼 들고 찾아간 적도 있어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니한테요?”
내가 조용히 물었다.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괴롭혀서요.”
그의 표정은 차분했다.
“근데 사실…
그때 저는 어머니가 무서웠던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성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모님, 사람이요…
어릴 때 받은 상처는
평생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그 말은 노래방의 작은 카운터 위에서
천천히 흘러갔다.
나는 여전히 듣고만 있었다.
성진의 이야기 속에는
누나의 죽음도 있었고
어머니의 욕설도 있었고
청년 시절의 분노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하는 성진의 표정은
놀라울 만큼 담담했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요.”
성진이 말했다.
“왜요?”
내가 물었다.
성진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지금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는 잠깐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화면에는 아이 사진이 떠 있었다.
성진의 얼굴에
미묘한 미소가 스쳤다.
“이모님.”
“네.”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이미 변했네요.”
성진이 웃었다.
“그런가요.”
노래방 문이 열리며
손님 한 팀이 들어왔다.
성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모님 손님 왔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안내했다.
그날 밤,
나는 알았다.
이 작은 노래방에서
나는 단순히 알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씩 듣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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