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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42화.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안중 시내 골목골목이 다 장터였다.

장날이 되면 작은 읍내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구불구불한 골목까지도 북적이는 장터로 변했다.


나는 막내 동생 손을 꼭 붙잡고

엄마의 치맛자락 끝을 쥔 채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따라다녔다.

혹여 엄마를 잃을까 봐,

그 손끝 하나를 놓지 않으려고

작은 손에 온 힘을 줬다.


엄마는 장터를 천천히 걸었다.

여기저기 흥정도 하시고,

바구니를 내려놓고 상인들과 인사도 나누셨다.

엄마가 발길을 멈출 때마다

난 주위를 둘러보며

한껏 눈을 굴렸다.


엿장수 아저씨가 “얼쑤~” 하고

장단을 넣으며 가락을 뽑으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솜사탕을 파는 언니는

봉긋한 솜을 빙글빙글 말고 있었다.

엄마는 뻥튀기 아저씨 곁에 멈추셔서

옥수수며 쌀이며 보리까지

여러 봉지를 건네셨다.


“뻥이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순간은

어린 나에겐 마법 같았다.

튀긴 옥수수 냄새가 골목에 가득 찼고

두 손 가득 옥수수 뻥튀기를 받아 들고

우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기름집에 이르러

잠시 우리를 맡겨두셨다.

“얘들아,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이거, 지켜야 해. 알았지?”

기름집 할머니는 엄마랑 아는 사이 같았고

내게 고소한 기름냄새가 배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엄마 금방 오실 거야.

그동안 얌전히 있으렴.”

나는 작은 막내와 함께

바구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장바닥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장터는 그렇게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던 공간이었다.

김이 피어오르는 국밥집,

새콤한 냄새가 나는 김치 좌판,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코디언 소리.

그 소리 사이로

나는 언제나 엄마의 치맛자락을 따라다녔다.


다리가 아파오고,

장바구니가 무거워질 무렵이면

엄마는 우리에게 꼭 엿 한 조각이나

뻥튀기 한 봉지를 손에 쥐여주셨다.

그리고 웃으셨다.

“잘 따라왔네, 우리 딸.”


장날의 엄마는

늘 바쁘고도 여유로우셨다.

장보기도 하시고,

사람들과 안부도 나누고,

우리 손을 꼭 잡은 채로

시끌벅적한 장터 한복판을

조용히 헤쳐 나가셨다.


그날 장에서 사 오신 기름과 반찬거리는

다음날 아침 밥상 위에 고소하게 올라왔다.

장터의 하루는 그렇게

우리 가족의 또 하루를

따뜻하게 채워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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