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장터 가는 길 목욕탕부터
41화. 장터 가는 길, 목욕탕부터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엄마, 나도 장에 가고 싶어요.”
어릴 적 나는 장날이 기다려졌다.
무언가를 사서가 아니라,
사람들 북적이고 북소리 울리는 장터 구경이
너무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장날에 맞춰 가족 모두를 데리고
읍내 목욕탕에 가셨다.
장터보다 먼저 들른 곳이 목욕탕이라
처음엔 살짝 실망했지만,
엄마 손 꼭 잡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남동생들은 아빠를 따라 남탕으로 갔고,
나는 엄마랑 여자탕에 들어섰다.
처음 맡아보는 비누 냄새,
여럿이 함께 앉아 있는 대야들,
두레박으로 퍼붓는 물소리,
곳곳에서 튀는 웃음소리까지
모든 게 낯설고 쑥스러웠다.
엄마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머리에 거품을 내고
등을 밀어주셨다.
“딱 시원하다.”
엄마가 환히 웃으셨고,
나는 작은 손으로 엄마의 등을
있는 힘껏 밀어드렸다.
내 손에 닿은 엄마의 따뜻한 등이
그날따라 유난히 부드럽게 느껴졌다.
긴 목욕이 끝나고
우린 수건으로 머리를 돌돌 말고
시골 읍내 장터로 나섰다.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여기저기서 고소한 전 냄새가 풍겼다.
엄마는 묵직한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천천히 골목을 걸으셨다.
나는 그 뒤를 쫓으며
달달한 엿 한 토막,
노란 뻥튀기 한 봉지,
작은 장난감 가게 앞에서
한참을 구경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하나 사자.”
하시며 조그만 인형 하나를 손에 쥐어주셨다.
목욕과 장터,
그 두 가지가 한날에 겹친 날은
내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
엄마 손에 이끌려 다녔지만
그날만큼은 내가 다 큰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아직도 장날 냄새를 맡으면
그날의 목욕탕 김과 엄마의 등,
그리고 장터의 북적이는 사람 소리가
그리움처럼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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