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가마솥밥 누룽지의 마법
40화. 가마솥밥, 누룽지의 마법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장작불이 활활 피는 부엌,
큰 가마솥에선 밥 짓는 냄새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솥뚜껑이 조금씩 들썩이고 김이 나면,
엄마는 손등으로 땀을 닦으며 밥을 한 번 뒤적이고,
마지막으로 불을 살짝 줄이셨다.
그때부터 기다리는 건 ‘밥’이 아니라,
사실은 ‘누룽지’였다.
솥밥을 퍼내고 나면
아래 바닥에 누렇게 들러붙은 밥.
엄마는 나무주걱으로 ‘드르륵’ 긁으며
누룽지를 조심스레 떼어내셨다.
“이건 너네 간식이야.”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양푼에 따뜻한 물을 붓고
누룽지를 넣어 울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누룽지 물.
숟가락으로 한 입 떠 넣으면
은은하게 구수한 탄내가 퍼지며
속이 데워졌다.
겨울 아침, 그 따뜻한 한 그릇은
마치 몸속까지 햇볕이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떤 날은 누룽지를 잘게 부숴
간장 몇 방울 넣고 그대로 씹어 먹기도 했다.
그 뽀드득한 식감이 좋았고,
살짝 탄맛이 오히려 입에 짝 붙었다.
누룽지는 가난한 살림의 위로였다.
반찬이 없어도 누룽지만 있으면 밥상이 든든했다.
밥보다 더 귀하고,
밥보다 더 맛있는 누룽지.
가마솥 밑바닥에서 피어난 그 고소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밥솥이 가마솥을 대신하고
누룽지는 ‘기능’이 되었다.
하지만 그 시절,
연기 자욱한 부엌과
엄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누룽지는
그 어떤 요리보다 따뜻하고 특별한 음식이었다.
---
#누룽지이야기 #가마솥밥 #시골밥상 #추억의 음식 #부엌풍경
#브런치에세이 #마루 끝에서 본 세상 #엄마의 손맛 #1970년대 일상
#감성글쓰기 #누룽지물 #따뜻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