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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밥 짓는 시간 우리 집 씨름판

39화. 밥 짓는 시간, 우리 집 씨름판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방 안 가득 햇살이 들면, 엄마는 부엌에서 장작불을 피우고 밥을 지으셨다.

큰 가마솥에서 밥 짓는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그 시간은 아빠와 아이들만의 시간이 되었다.


방 안엔 난로 옆으로 이불이 깔리고,

그 위는 어느새 씨름판이 되었다.

아빠는 막내부터 둘째까지, 하나씩 끌어다가 씨름도 시키고 팔씨름도 붙이셨다.

“자, 시작!”

아이들은 긴장을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세를 잡았다.

두 팔을 힘껏 버티다 한쪽이 픽 쓰러지면

아빠는 박수를 치며 응원도 하고,

진 쪽은 억울해하면서도 실실 웃었다.


아빠는 또 이불 끝을 잡고 살짝 들어 올려

김밥 말듯 동생들을 둥글게 말아 주기도 했다.

"우와아!" 하며 깔깔대는 소리에

방 안은 어느새 난장판이 되었고,

나는 부엌을 오가며

엄마의 심부름을 부지런히 도왔다.


“미숙아, 파 좀 다듬어다오.”

“응, 엄마.”

난 손을 털며 방에서 나와

부엌 앞 다듬이판에서 파를 다듬고

무채도 썰고, 국물 맛도 살짝 보았다.

그 사이 방 안에선 여전히 씨름과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막내는 아빠에게 안기면 세상을 다 가진 듯 좋아했고,

아빠는 아이들을 하나씩 안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다 엄마가 부엌에서

“밥상 들어가요—!”

하고 부르면,

아빠는 활짝 방문을 열며

먼지 풀풀 난 이불을 털어냈다.

바로 그 순간이 좋았다.

따뜻한 밥 냄새와 함께 온기가 방 안에 퍼지고,

아이들은 금세 조용해져 제자리를 잡았다.


작은 방, 큰 웃음, 따뜻한 밥.

그 시절 우리 집은 그렇게 따뜻하고 단단했다.

아빠와 함께한 놀이는

빈 방을 운동장으로, 밥 짓는 시간을 축제처럼 만들었다.

이제 와 돌아보면,

가난한 살림도 가족이 함께 웃던 그 방 안에선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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