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겨울논과 썰매. 그리고 아빠
〈겨울논과 썰매, 그리고 아빠〉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38화
아빠는 겨울이면
썰매를 고치시고 또 만드셨다.
올해는 칼날을 어디서 그렇게 구해오셨는지,
반짝이도록 갈아서
아이 둘이 탈 수 있을 만큼 널찍한
큰 썰매도 만들어 내셨다.
굵은 철사줄을 두 줄로 감아 손잡이를 만드시고,
앉는 판자는 널찍하게,
무늬목처럼 곱게 다듬어
무려 여섯 개나 썰매를 뚝딱뚝딱 완성하셨다.
우리 삼 남매는 물론이고
가까운 친척, 현미네까지
모두 타고 놀 수 있을 만큼
아빠는 겨울을 우리 손에 선물처럼 쥐여 주셨다.
작은 논은 동생들과 저학년 아이들 차지,
큰 논은 고학년 오빠, 언니들이 모였다.
서로 엉켜 타기도 하고,
누가 더 멀리 미끄러지나 시합을 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썰매를 거꾸로 타고 묘기를 부렸고,
누군가는 두 명이 붙어 앉아
바람을 가르며 질주했다.
잘 모르는 이웃 동네 아이들도
“여기 재밌대~” 하고 찾아오곤 했다.
그러면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이름도 모르는 그 언니, 그 오빠와
하얀 얼음판 위에서 겨울을 나누었다.
겨울의 논은,
그저 밭이 아니었다.
썰매장이고, 경주장이며,
함박웃음이 달리는 눈의 놀이터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엔
아이들을 위해 손수 썰매를 만들어주시던
아빠의 따뜻한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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