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경부터 OQLF 간호사 시험 방식이 아래 사진과 같은 유형으로 바뀌었다. (OQLF website에서 guide로 제공해 준 파일 중 한 페이지를 발췌한 것이다. 전체 가이드 PDF 파일도 하단에 첨부한다) 나는 상대적으로 더 쉬웠던 이전 방식으로 운 좋게 통과했다. 새로운 유형으로 시험을 보지 않았으나 읽어 본 내용을 정리하면 이러하다. 기본적으로 상황극이라는 전제를 깔고 읽으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Part 1. 읽기 (15분)
모든 응시자가 동일한 상황에 놓이나 각각 다른 텍스트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Part 1 읽기가 Part2 듣기와 말하기에 참여하는 데 필요하므로 메모를 할 수 있다.
Part 2. 듣기와 말하기 (20분~1시간) : 최대 8명의 같은 직종의 응시자가 함께 토론 (비디오 촬영됨)
우선, Part 1에서 받은 자신의 정보에 관해 알려주고, 타 응시자로부터도 정보를 취합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질문할 시간을 준다. 해결책 및 가능한 조언에 관해 서로 논의할 수 있다. 대화 중 메모 가능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의무적이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Part 3. 쓰기 (1시간)
주어진 상황에 대한 한 가지 해결책이나 조언을 써야 한다. 지시 사항을 따라야 하며 최소 150~200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Part 1과 2와 같은 상황인지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지만 그 메모들이 유일하게 허락된 문서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연관이 있는 상황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겠다.
Part 4. 듣기와 말하기 (15분) : 평가자와의 역할극 (오디오 녹음됨)
평가자가 응시자에게 그 상황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던져준다. 해결책이나 방안을 지시 사항에 맞게 평가자에게 제안해야 한다.
Part 3는 이전에 비해 오히려 쉽게 느껴질 것 같다. Part 2에서 어느 정도 글을 쓸 거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할 수 있으면 쓸 수 있다. 읽기는 큰 문제가 없고 들으면 알겠는데 쓰기가 힘든 단계에서 우리는 시험에 응시할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건드려주면 훨씬 쓰기가 쉬워지므로 Part 2에서 좋은 표현을 들었다면 한국어로 발음(소리)만이라도 휘갈겨 메모해 두면 좋을 듯하다. 문법적으로 어렵게 써서 점수를 깎이는 누를 범하지 말고 최대한 지시 사항에 맞춰 쉽게 쓰기를 추천한다. 나도 쓰기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나름 준비하고 외운 긴 문장을 쓰고 나와 최소 95점은 나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50점 남짓의 점수를 받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시험장에서 다른 응시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다들 쉽게 썼다고 해서 '이래도 될까' 할 정도로 정말 쉽고 짧게 썼더니 100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왔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Part 4는 평가자와의 상황극이다. 나의 간호 지식을 체크하는 시험이 아니라 말하기 시험이다. 소위 요즘 유튜브에서 말하는 '오디오를 비지 않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도 인터뷰 도중에 꽤나 의학적으로 어려운 질문을 받았었다. "이민을 준비하느라 간호사 일을 오래 쉬어서 의학적으로 너무 어려운 질문이야. 우선 바이탈 사인 체크하고 환자 상태 사정해 보는 것이 가장 먼저 일 것 같아" 이렇게 답했더니 평가자가 설명을 덧붙여 주면서 '그럼 다음엔 어떻게 할 거야?'라고 다시 물었다. 나는 말하기도 한번 떨어졌었는데 그때는 솔직히 평가자가 묻는 질문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미리 준비한 답안을 알고 있는 듯이 귀신같이 샛길로 빠져서 다른 질문을 해왔다. 다시 물어봤지만 똑같은 문장을 반복해 주니 당연히 이해가 안 됐다. 대강 이해한 대로 대답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후 1년 정도 시험을 보지 않았다. 1년간 꾸준히 불어를 들었더니 말은 여전히 외운 것 위주로만 하는 단계였으나 그래도 귀가 약간 트여서 질문에 이상한 답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엄청 어려운 시험도 아니고 간호 지식을 체크하는 시험도 아니다. 그냥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물론 이 시험도 돈을 내면 예상 질문, 모법 답안, 쓰기 첨삭 등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시험을 위해 수업을 듣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수업이나 과외 등을 받고 한 번에 합격한다면 시간과 스트레스 면에서 훨씬 더 이익일지 모르는데도 나는 왠지 그 수업료를 길 위에 뿌리는 느낌이 든다. 언어는 결국 근본적으로 늘어야 병원에 가서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아 기본적인 듣기, 말하기 실력을 늘리면서 스스로 답안을 만들어갔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1년 정도 프랑스어로 간호사 재교육 과정을 듣는다면 OQLF 시험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영어로 재교육 과정을 마쳐서 불어에 자신이 없다면 시간을 두고 secondary (중, 고등교육) 과정을 영어나 불어로 듣는 방법도 있다. 이 과정을 듣고 통과하는 것이 초반에 언급한 '최소 3년 이상의 중등 또는 고등 교육에 준하는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간주되어 OQLF 시험을 보지 않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이 시험을 준비할 당시 간호사 일을 함께 구하고 있었다. 일이 구해지지 않아 조급한 마음이 생겨서 아예 일 구하기를 잠시 멈추고 secondary 과정을 불어 교육청에서 듣기 시작했다. Secondary 2로 넘어가기도 전에 OQLF 시험에도 합격하고 일도 우연히 구할 수 있었다.
나는 솔직히 지금도 영어만 쓰며 살고 싶다. 성인이 되어 두 언어를 연습하며 사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고 두 언어 간의 상승 작용보다 속도나 암기 면에서 저해하는 작용이 더 많은 느낌 때문이다. 물론 나는 영어에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산다. 하지만 퀘벡에 살고 있는 한 아직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늘 고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