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이가 5살이 되었고 이제 나에게도 심적인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독서와 뮤지컬이었다.
중학교 3학년, 성당 소극장에서 엄마와 함께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을 봤다.(그 이후 대학로에 갈 때마다 습관처럼 이 연극의 포스터와 극장을 늘 확인한다.) 이게 뭐지..? 그 연극은 내게 무척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그 때 그 순간이 잊혀지질 않는다. 연극의 장면 하나하나 내 마음 곳곳을 파고들어 오랜시간동안 자리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옅어지긴 했지만.
그렇게 연극의 맛을 알았고, 그 때부터 2시간 걸리는 대학로까지 가서 연극, 뮤지컬을 보고 또 봤다. 그러나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와! 멋있다! 노래, 연기 진짜 잘한다! 이렇게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그런데 어느새 무대를 갈망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도 언젠가는 무대 위에 설 수 있겠지. 아니 서고 싶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뮤지컬 공연 무대에 서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에 추가 되었고, 올해 그것이 시작되었다. 이 첫걸음을 시작으로 나는 앞으로 계속 뮤지컬 노래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할 계획이다.
내가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아들은 엄마 오늘 또 무슨 노래 배우고 왔어? 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오늘 배운 뮤지컬 넘버를 불러준다. 아들은 그 음정을 희미하게나마 흥얼거리며 미소짓는다. 아 그때! 말로는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행복을 느낀다.
이제 좀 컸다고 엄마가 외출해도 아빠랑 잘 놀고 엄마가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응원해주고! 정말 아들 하나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연기를 하고 싶었는지는 모른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줄 알았으나 나에게 점점 더 다가가고 있었다. 내 안을 들여다보자 깊숙한 곳에서 자꾸 연기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뮤지컬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느새 토요일만 기다리게 되었다.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연우에게도 고갈되지 않은 나의 생생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고, 힘든 순간이 없진 않지만 예전의 나보다 분명 지금이 즐겁고 행복하다. (아니 예전의 나도 행복했겠지만, 요즘 너무 즐겁고 신나서 잠시 잊은 걸 수도.)
어느덧 뮤지컬 수업이 끝났고, 나는 또 다음 기수뮤지컬 수업을 신청했다. 계속 해보고 싶다. 계속 노래하고 싶고 연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