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니까 해보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나는 농구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를 부르며 서 있는 사람들 속에 어리둥절하며 같이 서있다. 인생 첫 농구 관람을 WNBA로 하다니. 이게 무슨 일이람. 어린이 덕분에 혼자서는 하지 않았을 경험을 다 해본다. 그 어린이는 7살 인생에 벌써 이런 대형 무대에 오르시고.
우리 도시 커뮤니티 센터에서 8주짜리 치어리딩 초보반 강의가 열렸다. 간단한 춤을 배우고 공연을 할 수도 있다는 안내가 있었는데 7살부터 신청 가능하길래 우리 집 어린이와 친구가 같이 등록을 했다. 학교에 남녀 성비(2:1)가 맞지 않은 탓인지 주로 남자 친구들과 노는 아이에게 여자 친구들과의 단체활동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적당하다 싶었다. 90분씩 8번 수업에 $146라 미국치고 가격도 너무 저렴했다.
어린아이들이 춤의 기초 정도를 배울 거란 나의 예상과 달리 처음부터 본격 치어리딩 안무를 연습했고 곧바로 공연 일정이 잡혔다. 가족들 앞에서 하는 발표회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것뿐 아니라 프로 경기 공연이 잡힌 것이다. 잘해야만 큰 무대에 설 수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얼마나 고리타분한 생각이었나. 잘하지 않아도 도전하고 즐기는 어린이들에게 뽐낼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기회에 비용(유니폼 및 경기입장권 가볍게 2~300달러)이 지불되는 것도 당연의 범주에 든다 여긴 미국이니까.
Seattle Storm과 Minnesota Lynx의 농구 경기는 스페이스니들 옆 CLIMATE PLEDGE ARENA에서 열렸다. 경기는 7시 시작이지만 문은 5시 반부터 열어서 짐검사와 티켓 확인을 하고 들어가서 치어리더들은 모두 모여 몸을 풀었다. 경기 시작 전 선수 소개를 할 때 티켓을 많이 구입한 몇몇의 치어리더들이 코트에 내려가 선수 뒤에 서 있거나 공을 받았다. 그 모습을 나머지 치어리더들이 관중석에 앉아 직관(이런 자본주의)하였고 1 쿼터가 끝나자 대기석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의 공연을 정면에서 보려면 14번 섹션에 가야 한다는데 13~15번 섹션은 WaFd Bank club(이런 자본주의)으로 아무에게나 개방되는 공간이 아니었다. 난 그냥 자리에 앉아 전광판으로 아이의 공연을 지켜보고 남편은 최대한 가까이 가서 영상을 찍었다. 14번 섹션에 갔어도 내 아이는 못 찾았을 것 같다. 치어리더들이 너무 많고 맨 뒤쪽에 있는 우리 아이는 그마저도 큰 아이들에 가려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다소 얼어붙어 우왕좌왕한 것 같으나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달려 나왔다. 떨리고 설레던 일을 마치고 난 뒤의 후련함과 성취감을 느꼈을까. 분위기에 압도되어 울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그러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공연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친구와 옆돌기며 발차기 연습을 하는, 지치지도 않는지 경기장 밖을 뛰어다니는 어린이.
너는 정말 멋진 사람이야!
* 경기장에는 빈 물병만 반입 가능하며 투명 가방을 지참해야 합니다.
* 5시쯤엔 경기장 바로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으나 6시가 넘으면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세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