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남긴 흔적이 관계를 증명한다

리추얼스토리-97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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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나눔과 봉사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남는 시간이 있거나, 마음에 걸리는 고민거리가 없거나, 또는 삶이 안정된 후에야 할 수 있는 일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연구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의 뇌는 이미 남을 돕는 순간을 손해가 아니라 보상, 쾌감, 의미 있는 행동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fMRI(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도울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측좌핵과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돈을 받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와 같은 보상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돕는 순간, 우리의 몸도 함께 반응합니다. 타인과 연결될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불안을 가라앉히고, 긴장을 완화합니다. 나눔은 생각을 설득하는 것보다 먼저 몸을 안정시킵니다. 그래서 나눔의 하루를 보내고 온 날, 우리는 종종 신경계가 안정되어 숙면을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더 흥미로운 사실은, 나눔이 실제로 몸을 오래 살게 한다는 점입니다. 정기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도 적습니다. 이는 착한 마음의 보상이 아니라, 연결된 삶이 주는 생리적 안정의 결과입니다. 인간은 혼자 버티도록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그 옛날 신체적 조건이 월등했던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되고 친화력이 좋은 우리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돌보며 살아남은 종입니다. 그래서 돕는 순간, 뇌는 오래된 기억을 되살린 것처럼 안도합니다. “아, 우리가 살아남던 방식이 이거였지.”


취리히 대학은 기부나 도움 행동은 돈을 쓰는 소비보다 행복 지속 효과가 더 큼을 실험으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저도 기회가 될 때마다 유기견 보호소에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담요를 기부하기도 하고, 아프리카 수단 어린이들이 공부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필기구를 모아서 보내기도 합니다. 또 상태가 좋지만 손이 안 가는 의류는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고, 거리에서 길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려고 애씁니다. 그러고 나면 너무 뿌듯한 기분이 들어 보약 한 사발 들이키는 것보다 에너지가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게 느껴집니다. 결국 남는 것은 서로에게 건네는 진심과 도움입니다. 우리 모두가 나눔의 리추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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