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현대카드 사내 성폭행 사건을 겪으며
연일 기업 내 성폭행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한 두 기업이 잇따라 사내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회적인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의 비슷한 논란이지만, 두 기업의 대응이 서로 다르다. 그리고 대중들의 분노도 다르다. 성폭행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기업들의 대응 방식은 어땠을까?
먼저 논란을 맞이한 건 한샘이었다. 한 신입 여직원이 교육기간 중 입사 동기로부터 몰래카메라를 당한다. 이후 교육 담당자의 성폭력 사건과 인사팀장의 성희롱 및 강간미수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그리고 이에 대해 회사로부터 거짓 진술서 요구를 받게 된 상상하기도 어려운 범죄가 연이어 발생한 사건이다. [참고] 최초 10월 29일 네이트판에 글이 게재되면서 논란이 발화됐다. 다만, 해당 게시글에 대한 삭제가 진행됐던 것 같다. 놀라운 건 삭제된 게시글도 구글의 캡처 기능으로 저장된 원본을 네티즌들이 복원해 다시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구글 캡처] 이제 기업들은 원본 게시글에 대한 삭제 처리만으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으리란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삭제하지 못하는 게시글에 대한 삭제 행위는 곧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때이다.
일요일 새벽에 올라온 게시글은 삭제 이후 다시 복원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꺼지지 않고 새롭게 타오르는 불씨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로 5일 만인 11월 3일에 이르러 미디어에서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에서 보도하기 시작한 뒤 하루만인 4일 한샘은 이영식 사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언론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혹자는 미디어 보도 하루 만에 사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공식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일련의 과정을 토대로 한샘의 위기 대응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고 평가할지 모른다. 하지만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필자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해당 사건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에 걸쳐 일어난 사건이다. 한샘의 대응은 이때 이루어져야 했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2017년 11월 4일의 대응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다. 당시의 상황상 사내 교육장소에서 일어난 몰카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각별한 케어가 진행됐어야 했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단순히 사내에서 이슈가 된 건이 아니라 당시 경찰에 신고까지 된 사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몰랐을 리 없다. 몰랐다면 내부 감지 체계가 작동하지 않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한샘은 지난 4일 이영식 사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사장은 “직원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며 “필요하면 검찰, 고용노동부 등 공적 기관 조사도 받겠다”고 밝혔다. 최양하 한샘 회장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회사 쪽은 전했다. 한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시스템을 점검해 기업문화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출처 : 한겨레] 한샘, 신입 여직원 성폭행·몰카·회유 논란까지 ‘총체적 난국’
4일 밤에는 최양하 회장이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사건에 대한 회사의 공식 입장을 전달한다. 여직원 돌보지 못한 점 뼈 아프다, 구체적인 방안 조속히 마련하겠다, 진상 파악되는 대로 엄중한 책임 물을 것이다, 소통창구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최 회장의 메일에서도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다. 우선 피해 여성에 대한 직접적 사과나 피해자가 입은 상처에 대한 공감과 케어의 메시지가 없다는 점이다. 임직원들은 피해 여성의 입장에서 본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신입사원으로서, 내 여동생 같은 생각으로, 내 여자 친구라는 생각으로 본 사건을 피해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기사를 통해 해당 메시지를 접하는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둘째로 이영식 사장도 최양하 회장도 언론이라는 채널만을 활용했다는 측면이 아쉽다. 물론 대중들에 대한 케어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선행돼야 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다.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케어와 이에 대해 공중에게 적절히 설명하는 단계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회사는 잘잘못을 떠나서 회사의 구성원이 입은 피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이전의 수많은 직장 내 성폭행 관련 판례에서도 회사의 책임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최양하 한샘 회장, 임직원에게 “구체적인 방안 조속하게 마련” 우선 “여직원 돌보지 못한 점 뼈아프다”“진상 파악되는 대로 엄중한 책임 물을 것…소통창구도 마련”
[출처: 중앙일보] 한샘 최양하 회장이 4일 밤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보니
기업은 직장 내 성폭행 사건을 다룸에 있어 피해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번 한샘 성폭행 사건에서 한샘의 피해자에 대한 입장이 번복되는 상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회사 조치 중 피해 여직원에 대한 이중적 잣대에 대한 부분이다. 최초 회사는 피해 여성이 입장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6개월 감봉 처분을 한다. 과정을 살펴보면 회사는 피해자로 하여금 피의자와 합의를 종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요청에 따른 행위로 인해 오히려 감봉을 당한 것이다. 피해자를 피해자로만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즉, 피해자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고, 그에 따른 정확한 대응 규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사측은 인사팀장의 성폭행 미수 사건이 있고 난 후 피해자에 대한 감봉 처분을 무효화하는 조치를 취한다. 쉽사리 납득이 가지는 않는 부분인 것 같다.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대응은 불필요한 대응이거나 잘못된 대응이다. 위기 시 기업의 모든 행위는 상식에 기반해야 하고, 피해자 중심이어야 한다. 피해자를 피의자로도 보거나, 피의자를 피해자로 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이야 말로 차갑다가 뜨겁거나, 뜨겁다가 차가워지는 것과 같은 이상 온도를 느끼는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이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필자가 느끼기에는 마치 수영장에서 누군가 오줌 싼 것 같은 부분적으로 누리끼리하고 따뜻한 물을 만났을 때의 불쾌함 같다.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초기에 이슈가 감지됐을 때 최선을 다해 해결할 생각을 해야 한다.
'위기관리'는 '위기'일 때 보다 '위기'가 될 가능성이 있을 때가 더 가치가 있다. 즉, 사실상 위기가 된 다음에는 관리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샘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위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알고 있었다. 몰카 때도 그랬고, 성폭행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신의성실에 입각해 대응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위기가 되고 나서 긴급 대책회의도 진행하고 회장 명의의 메일도 보냈다. 직원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위기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직원 만족이 선행할 때 소비자 만족도 있는 것이다. 불매운동이 촉발된 미디어 보도 이후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씁쓸함을 남긴다. 회사를 대표하는 회장이나 사장의 잘못만은 아니다. 피해자와 함께 교육을 받던 교육생들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선임들도, 피해자와 함께 근무해온 직장 동료들도 이미 수차례 감지를 했을 것이다. 회사의 강압적인 분위기나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위기는 그러한 요소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한샘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비슷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물론 잘못된 상황을 밝히거나 바로잡지 못할 수도 있다.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깨부수어야 할 폐단이다. '범죄에 대한 잠재적 동조'를 없애야 한다. 그러고 나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발견됐을 때 그때 최선을 다해 해결해야 한다.
한샘 이슈에서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사내 문화 부분이다. 사내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와 피해자 케어에 대한 조직의 공통된 지향점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차원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기업의 조직 문화에서의 특징들을 한번 같이 짚어 봤다. 이 기회를 통해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속한 기업의 문화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 지기를 바란다.
잘못된 회식 문화
회식 문화 중에서도 음주에 대한 그릇된 문화가 존재하는 기업은 위기 발생 요소가 많다. 조직 내 위계질서를 활용해 음주를 강권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회식은 조직이 활성화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술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술을 곁들인 회식 자리를 진행한다. 이러한 분명하고 건강한 목적이 있음에도 따르지 않는 부류들이 있다. 취하기 위해 술을 먹는 자들. 술에 취한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다. 취하도록 마신 술은 개인이나 주변 사람 모두에게 독이다. 술을 강권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해명할 수 없는 기업의 부당한 행위다. 바로 근절되어야 할 폐단이다. 앞으로 모든 기업들은 회식 자리에서의 술 문화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꼭 술이 아니더라도 기업이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다. 좋은 팀빌딩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적용하는 것도 기업의 책무다.
강압적 위계질서
잘못된 회식 문화도 강압적 위계질서 아래서 가능할 것이다. 건강한 조직은 먹기 싫은 술을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가르친다. 억지로 마시게 하는 사람에게는 주의를 준다. 술에 취해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게는 사내 규정에 따라 처벌한다. 한샘의 경우 몰카에 이어 성폭력이 발생했고, 인사팀장에 의해 2차 문제가 발생했다. 범죄가 사그라들지 않고 재발하고 확대되는 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조직이 위계질서에 따른 강압적 분위기가 팽배한 지 수시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위기관리에 있어 조직 내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통하지 못하는 조직은 초기에 대응 가능한 간단한 이슈가 제때 공유되지 않아 큰 이슈로 번지는 경우들을 왕왕 볼 수 있다. 조직 내부에서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질서는 필요하다. 이러한 적당한 긴장감은 위기를 사전 예방하거나,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당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조직 내부에서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은 이러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토대다. 활발한 의견 개진은 찬물과 더운물이 섞여 알맞은 온도의 물이 되는 것처럼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적당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찾아가도록 돕는다.
직장 내 성폭력 및 성희롱에 대한 인식
잘못된 회식 문화부터 강업적 위계질서까지 인정될 경우 직장 내 성폭력 및 성희롱에 대한 인식은 안 봐도 뻔할 듯싶다. 특히나 이러한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이 교육을 담당하거나, 채용을 담당하는 등 조직을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데 있어 중추 역할을 하는 직책을 가졌을 경우는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인사권을 가지 사람들로부터 기인하는 관련 범죄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높은 수준의 윤리 규범이 요구된다. 그리고 회사는 그만큼의 권한이 있는 이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 규범을 따를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활동이다. 만약 인사권을 가졌거나, 사내 교육을 담당하는 직원이 직장 내 성폭력 및 성희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들에게 교육받고, 채용을 거치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을까? 행여나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까? 채용 과정에서는 문제가 되는 인력이 제대로 걸러졌을까? 반문하고 점검해 관리해야 한다.
아쉬운 점이 많은 만큼 앞으로의 노력과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현재로써 가장 유요한 위기관리는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케어와 함께 앞으로의 재발방지에 대한 실천이다. 때로는 백번의 유창한 말보다 한 번의 시기적절한 행동이 더 큰 가치를 주기도 한다. 지금 한샘에게는 피해자, 직원,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켜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카드도 사내 성폭행 논란이 일었다. 회사는 논란이 일자 곧바로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성폭행이 아닌 개인 간의 '애정행각'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둘 사이의 사적인 애정행각 문제로 회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경찰 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이 났고, 오히려 A 씨가 무고죄로 역(逆)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출처: 뉴시스] 현대카드서도 '사내 성폭행' 논란…"개인 간 애정문제"
기업들이 언제부터 경찰 조사를 이렇게 신뢰했던가. 기업이 피의자가 되는 경우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 결과에 불응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성폭행 사건에서는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라는 것을 근거로 조직의 안위를 살핀다. 기업의 이기(利己)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경찰 조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감대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춥다고 느끼거나, 뜨겁다고 느끼게 하는 답변은 사족이다. 기업 입장에서 경찰 조사 결과는 분명 중요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순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리고 아마 가해자로 지목됐던 남성 직원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여성 직원도 회사의 구성원이다. 기업은 어느 한쪽 편만 들어서도 안 되지만, 어느 한쪽도 놓쳐서는 아니 된다.
[현대카드 공식 페이스북]
금일 현대카드 관련 기사에 대한 입장입니다.
현대카드는 성폭력 등의 직장 안전 문제에 매우 단호합니다. 이를 위한 제도와 프로세스를 가장 빠르게 도입하여 왔고 철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 뿐이 아닌 과거 십년간 저희 회사의 감사 내용과 인사위원회의 결정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오늘 당사 관련하여 올라온 기사 건은 자체 감사실과 전문적인 외부 감사업체가 이중으로 조사하였고 동시에 검경의 조사도 병행되었습니다. 모두 같은 결론으로 종결이 되었습니다.
사내 케이스의 자세한 내용을 대외적으로 밝히며 갑론을박하는 것은 저희들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당사가 직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예단은 매우 유감입니다.
현대카드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된 입장문이다. 한샘에서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에 대한 케어의 메시지가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여론은 현대카드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이런 논란이 발생한데 대해 약자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성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잘 갖춰진 제도나 프로세스가 있다고 치자. 굳이 그런 부분만을 강조해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샘이 취한 전략대로 현재 입장문을 읽는 사람들은 우리의 고객이기도 하다. CS팀에서 불만 고객에 대한 응대 시에도 우리 기업에 대한 잘난 척은 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불만 고객의 불만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블랙컨슈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민적 논란이 된 상황에서는 더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입장문은 또 여론 전반을 '당사가 직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 단정했다.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닌데. 직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넘어서 직원에 대한 성폭력 행위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중심이 것이다. 한샘에서 이야기했듯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이해관계자, 즉 피해자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기준 설정이 필요하고 각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 점에서 현대카드의 입장문은 여론이 요구하는 바가 정확하게 반영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또 이를 '예단'이라 평하면서 유감이라는 표현과 더불어 여론을 가벼이 여긴다는 인상을 주었다. 여론이 마음에 안 들었을 진 모르겠으나, 여론은 여론 그대로 의미가 있다. 여론을 가지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비합리적인 행위다. '여론의 법정'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물건을 훔쳤는데 물건 주인이 괜찮다고 해서 도둑질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지하는 상황 종결이 곧 이슈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부모는 도둑질 한 아이를 크게 혼내야 한다. 다시는 그 아이가 물건을 훔치지 않도록 아주 호되게 혼을 내줘야 한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옛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 조사 결과가 괜찮다고, 상호 간에 합의했다고, 피의자가 선처를 호소했고 가해자가 용서했다고 덮어두면 안 된다. 철저히 밝혀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 본보기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적어도 그렇게 해야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어느 정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효력을 가질 것이다.
연이어 발생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크다. 그리고 그 대응에 있어서도 좀 더 나은 대응을 바라는 여론은 어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현대카드의 대응에 아쉬움을 느끼는 여론들이 많은 것 같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온도는 36.5도가 아니다.
위기 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36.5도가 아니다. 차갑게 식은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아주 따뜻한 커뮤니케이션이어야 한다. 때로는 논란으로 인해 뜨거워진 공중의 마음을 식혀줄 수 있는 아주 차가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 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이어야 한다. 이번과 같은 성폭행 논란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우선돼야 한다. 상처 입고 얼어버린 피해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수 있는 그런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 동일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자들을 엄벌하고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총력을 기울이는 뜨거운 열정으로 우리 기업을 차갑게 바라보는 공중들을 달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향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비로소 기업은 36.5도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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