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대학교 학식은 맛있을까?

나의 여행 루틴

by 유영

해외여행을 가면 꼭 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그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 가서 학식을 먹어보는 것.


처음 이 루틴을 시작한 건 사회인이 되고 처음 떠난 체코 프라하에서였다. 그때는 막 졸업한 터라, 이 나라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하는지 궁금했다.


그 이후로 핀란드 헬싱키,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관광객이 없는, 오직 현지인만 있는 곳을 찾기엔 대학교만 한 곳이 없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그 도시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학식은 다른 어떤 식당보다 싸다. 돈 없는 학생들을 위한 곳이니까. 현지 음식을 저렴하게 먹으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





치앙마이에도 태국을 대표하는 명문 대학, 치앙마이 대학교가 있다. 이곳은 태국 대학 순위 3위에 오를 정도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이곳 뿐만 아니라 태국의 모든 대학생들은 법적으로 교복을 입도록 되어 있다. 최근 교복 자유화 운동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캠퍼스에서는 교복을 입지 않은 학생들도 꽤 눈에 띄었다.


본격적인 탐방 하루 전, 대학교 근처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후문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캠퍼스가 훨씬 넓어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구글맵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정문을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알고보니 치앙마이 대학교 교수님이셨다.


마침 정문으로 가는 길이라며 나를 차에 태워 주셨다. 교수님은 이과 계열을 가르치신다고 했다. 전공을 영어로 설명해 주셨는데,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 탓에 정확히 어떤 과인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뜻밖의 친절을 경험하고 나니, 치앙마이 대학교에 대한 첫인상이 더 좋아졌다. 덕분에 다음 날 캠퍼스를 둘러볼 생각에 더욱 기대가 커졌다.





숙소에서 그랩을 타고 치앙마이 대학교로 향했다. 전 날에도 느꼈지만 캠퍼스가 꽤나 넓다. 얼마나 넓은지 캠퍼스 내부에 셔틀 버스가 다닌다.


많은 학생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를 했다. 능숙하게 오토바이를 몰며 캠퍼스를 가로지르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나보다 한참 동생들인데도 듬직한 언니 오빠 같다.


학식을 먹으러 가는 길에 지나가는 학생들을 구경했다. 삼성 전자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이 나라 학생들이 어떤 휴대폰과 태블릿을 사용하는지 궁금했다. 치앙마이 대학생들은 대부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갤럭시를 사용하는 학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 우리 갤럭시 어쩌냐...’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학식당으로 향했다.


드디어 학식을 먹을 시간. 학식당에는 여러 개의 코너가 있었다. 한 식당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지만 줄 서는 건 질색이라 바로 먹을 수 있는 곳을 골랐다. 사진만 보고 태국 누들인줄 알았는데 일본 라멘도 아닌 것이 맛이 애매했다. 그래서 줄이 짧았던 거였구나..

그래도 학식 가격이 40바트 고작 2천원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움은 덜했다. 중요한 건 맛이 아니라 이 곳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일상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었으니까.





식사를 마친 후, 타이티 한 잔을 들고 캠퍼스를 거닐었다. 교내 벤치에 앉아 학생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College of Arts, Media and Technology'라고 적혀 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예술, 미디어, 기술이 한 학부에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우리 나라에서는 각각 독립된 학부에서 가르치는데 치앙마이 대학교에서는 이들을 한데 묶어 융합적으로 접근하는 듯했다.


학문을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게 꽤나 흥미로웠다. 어쩌면 우리 나라보다 치앙마이가 이 분야는 더 발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요즘 시대에는 기술과 미디어가 예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 대학은 그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달까. 학교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교육을 하는지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어떤 학생은 과제를 하고 있었고, 어떤 학생들은 떠들썩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들 중 몇 명은 몇십 년 뒤 태국을 이끄는 사람이 되겠지?'


이렇게 또 한 번, 나만의 루틴을 통해 여행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 도시의 젊음을 한껏 들이마시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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