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그림
글 쓰는 일로 벌이를 하는 내겐
내 글 쓰는 일이 되려 쉽지가 않다.
쓰고 싶다가도 쓰다 보면 다시 일처럼 느껴지고
모니터 속 백지가 흰 벽처럼 숨막히게 갑갑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딴짓이 그렇게 하고 싶더라.
프리랜서라 집에서 주로 일을 하는데
어쩌다 보니 책상 대신 식탁이 작업공간이 되어서
글이 막힐 땐 일어나 설거지를 하거나 냉장고 정리를 하거나
식재료 온라인 쇼핑을 한다.
가장 자주 하는 딴짓은 먹는 거다.
생각해 보니 식탁에서 일을 해서가 아니라
먹는 걸 좋아해서 식탁에 저절로 정착한 것 같구만.
내 마음의 안식처, 식탁.
식재료 정리를 하다가 마음이 내키면
이렇게 그림을 그려 냉장고 앞에 붙여두기도 한다.
글로 리스트를 적는 것보다 (내겐) 직관적이어서
오늘은 뭘 해치워볼까.. 할 때 유용하다.
그리는 즐거움도 있고.
펜으로 사각사각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건
마음을 부드럽게 빗질해 준다.
내일은 저 그림 속 목살을 꺼내어 목살스테이크를 구워야겠다.
그러니까 다음 글과 그림은 목살 스테이크 요리법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