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Jul 06. 2023

만족하는 마음이 여유를 만든다

고양이들이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게 된다

 매일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매번 나는 부족했고, 필요했으며, 갖고 싶었다. 꼭 필요한 것이었나 하고 돌아보면 그렇지 않았다. 그저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싶어했다. 그저 그 뿐이었다.


 무엇인가를 얻는 노력보다 더 큰 것을 원했다. 하지만 손에 들어오지 않아 화가 나고 불안했으며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나와 같은 사람은 뉴스를 틀어도, 주변을 둘러보아도 심지어 아침드라마를 보아도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변한 것은 작은 것도 행복을 준다는 것이었다.

 따사로운 햇볕아래서 눈을 감고 누워있는 온이를 보면 내가 무엇을 그리 갖고 싶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햇볕아래 앉아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리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 지는데 어째서 나는 저 멀리 있을지도 모르는 만족과 기쁨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었을까..


 막내인 흑미가 집에 들어오면서 두 아이가 아웅다웅하며 노는 모습을 보면 특히 더 그렇다. 사료값이 두배는 들지만 온이가 사용을 하지 못했던 장난감을 흑미가 자기것이 아님에도 너무나 잘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며 만족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것.. 그것이 만족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지도 모르겠다.



 흑미는 절대 올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천장까지 닿는 캣타워에 이 작은 아이가 혼자 스스로 올라섰을때, 나는 흑미에게 자신만의 휴식처를 빼앗긴 온이가 걱정 되었다.  흑미는 적극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온이의 밥을 빼앗아 먹을 정도로 욕심이 많으며, 잠을 잘 때 내 옆에서 자곤한다. 그래서 온이가 질투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항상 온이를 먼저 안아주고 밥도 먼저 주곤 한다.


 하지만 온이도 온이 나름대로 방법을 터득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장난감을 내어주고 흑미가 가지고 노는 것을 지긋이 쳐다본다. 어쩌면 온이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고 노는 것보다, 그렇게 다른 동물이 노는 것들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온이는 창 밖에 다른 고양이나 새들이 놀러오면 그것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온이에게 온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강요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거꾸로 흑미에게는 그만 돌아다니고 얌전히 있기를 강요한다. 흑미는 너무나 활발해서 자주 온이를 괴롭히곤 한다.


 우리 집에와서 하악질 한번 안하던 온이가 흑미에게는 하악질을 하곤 한다. 그 정도로 온이가 앉아있거나 하면 온이 위를 올라가거나 일부러 건들어 보곤 한다. 온이가 형으로써 인정할 만한지 계속 테스트를 해 보는 듯 하는 느낌이 든다. 아니, 니가 뭔데...? 태어난지 2개월 밖에 안된 고양이가 참....



 아직 아기고양이인 흑미는 하루에도 여러번 낮잠을 잔다. 이렇게 잠을 잘 때는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 하지만 어쩔때 보면 잠을 자는 것을 아까워 하는 듯도 보인다. 하고 싶은 것도, 놀고 싶은 것도 많은데 잠이 오는 것이 불쾌한 듯 보일때도 있다. 그럴때면 우리 딸이 아주 어렸을 때 꾸벅꾸벅 졸게 될 때까지 놀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 자라고 해도 잠이 안온다면서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장난감을 만지던 그 시절...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아이의 어린 시절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좀더 집중해 주고 사랑해 주지 못한 것들이 후회될 만큼...


 그래도 흑미로 인해 그 시절을 이렇게 떠올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고양이로 인해 이렇게 행복해 지고 생각이 많아 질 수 있음을 진즉에 알았다면 좀더 빨리 행복해졌을까...



 

 이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려는 생각도, 더 많은 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도, 더 많은 물건을 집에 들여 놓고 싶다는 생각도 점점 줄어들었다.


 되려, 이제 내가 가졌던 물건들을 어떻게 하나씩 줄여나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은 나누어주고,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며, 과소비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것들이 내 곁에서 사라지고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만큼 정말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은 내 곁에서 더 큰 자리를 차지하며 나에게 만족과 기쁨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내일이 오늘보다 더욱 즐거워 질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내 곁의 소중한 것들에 한번 더 눈길을 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