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부모가 선생님을 믿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녀가 그 믿음을 보고 선생님을 존경하며, 선생님 역시 자신의 가르침을 계속 업그레이드시키고 다양한 도전을 해 보아야만 배가 순풍을 만난 듯 목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부모, 그런 선생님, 그런 자녀가 되는 것이 쉬울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오랫동안 1:1 수업 교사로 있으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아이와 꽤 오래 합을 맞춰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그 아이의 어머님이 나를 믿어주시고, 신뢰해 주셨기에 나 역시 정성을 다해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가 5살 때 처음 만났기에 아이에게 한글과 수학 등을 가르쳤다. 어머님은 본인이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며 아이가 수용할 수 있는 한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교육은 다 시키고 싶다며 내가 속한 학습지에서도 다양한 과목을, 그리고 다른 기관에서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양한 과목을 쉴 새 없이 넣었다.
물론 5살이지만 영리한 아이들의 경우, 다양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 당시 내가 가르쳤던 수업들 역시 그저 학습적인 한글, 수학이 아니라 놀이에 해당이 되는 부분으로 평소 부모님이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발달시킬 수 있는 것들이지만, 전문가의 교육과 교재가 필요한 부분이다. 여기서 전문가란 자주 아이들을 접하고, 그들에 대한 교육을 받는 이로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아이의 발달에 대한 교육을 받는 나는 전문가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5살 아이가 필요한 것은 다양한 자극뿐만 아니라 생각을 다듬을 수 있는 <여유시간>도 필요하다.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시간. 그 시간에 아이는 오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공부했는지, 무엇이 재미있었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아니,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른에게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그런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맡은 그 아이에게는 그러한 시간적인 여유는 없었고, 어머님 역시 아이에게 그러한 시간은 허락하지 않았다. 단지 특별한 날, 이를 테면 생일이나, 친구 생일파티, 가족여행 같은 날에는 아이를 한없이 풀어줬다.
그런데 생각해 볼 것은, 5살 이상의 아이는 정말 특별한 날이 많은데, 유치원의 모든 친구들이 생일 파티를 하기 때문에 한 달 새에도 적어도 2일 이상의 생일 파티가 있어서 규칙적인 생활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 아이의 스케줄은 매우 변동이 많았고, 이벤트가 없는 날에는 몰아치기 수업을 해야만 했기 때문에 아이는 공부가 싫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정말 머리가 비상할 정도로 좋았다. 따라서 한글이나 수학적인 개념을 알려줬을 때 정말 빠르게 흡수했기에 월 4회 수업 중에 2,3회만 수업하더라도, 숙제가 중요한 학습지 수업에서 숙제를 하지 않더라도 숙제를 한 아이보다 빠른 습득력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그 아이의 엄마는 그저 "선생님이 잘해주셔서 그래요~선생님이 아니면 우리 애는 안 되는 것 같아요"라며 한없는 믿음을 보여주었지만 내 쪽에서는 숙제를 하지 않고 자신의 머리만 믿는 이 아이의 불성실 함에 가슴만 칠 뿐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어느새 2학년을 마칠 즈음이었던가... 우리에겐 큰 이변이 일어났다. 물론 조짐은 있었다.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너무나 믿은 나머지 숙제는 아예 하지 않았고,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으며, 무엇인가 잘 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아이. 노력하지 않고 손쉽게 무엇인가를 얻으려는 아이로 자라나 있었다. 나름 나도 아이가 좀 더 노력하고 끈기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가르쳤고, 아이의 엄마도 주 2회로 나누어서 나를 섭외하셨음에도 한번 비뚤어진 아이의 성격은 돌아올 줄 몰랐다.
내가 익숙해진 것인지 부모님에게 하는 행동을 나에게도 보여줬고,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예의 없는 행동을 하면 연신 이런 말을 했다.
"너.. 아빠한테 이를 거야.."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얌전해지기는커녕 더 큰소리로
"아빠한테 말하지 마!!!"라고 말을 했다. 결국 난 이 아이와 이별해야만 했다.
이별을 할 당시 이런 대화가 오갔다.
"선생님. 너무나 오랫동안 아이에게 잘해주셨는데 아이가 이제 선생님이 편해서 그런지 어려워하지 않네요. 계속 선생님과 하고 싶었는데 정말 죄송해요. 다음에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
"어머니, 저도 OO 이를 좀 더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제가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맞는 선생님과 만나면 좋겠네요. 저한테 미안해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학습지 선생이기에 실적으로 수수료를 받는 일이었지만 이 아이와의 헤어짐이 다른 아이와의 또 다른 만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력이 많은 교사로서 섭섭해만 할 수는 없었다. 그저 다루기 힘든 이 아이와 잘 맞는 그런 교사가 나타나 주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최상의 것을 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시도가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계속 돌아보아야 한다. 위의 똑똑한 아이는 나와 함께하는 동안 자신의 똑똑한 머리를 믿고 숙제를 하지 않았다. 결국 학교에 들어가서는 학교의 숙제를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아이의 엄마는 어째서 숙제를 하찮게 생각했던 것일까? 자신이 힘들게 공부했기 때문에 아이가 싫어하는데 공부를 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에게 뒤지는 것도 싫어서 수업은 계속한다고 했다. 결국 그러한 루틴 때문에 아이는 조금만 힘들어도 안 한다고 떼쓰고 난폭한 기질을 보이는 아이가 되었다.
아이에게 있어서 공부는 '새로운 놀이'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치 게임에서 어느 정도 레벨에 오르면 어려워도 계속 계속 도전하는 것과 같은 그런 게임과 같다. 하지만 부모가 그것을 '어려운 것'으로 말하는 순간, 아이는 공부를 자신이 처한 시련으로 인지한다.
아이가 공부를 시련으로 인지해야 하는 것은 중, 고등학교 때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나 취업을 위한 것이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한글이나, 수학이 아닌데 요즘 엄마들은 그것을 쉽게 오해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공부를 어렵고 힘든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의 공부는 아이에게 작은 성공이력을 쌓아주는 기회로, 자존감을 높이고 성취욕을 일깨워 주는, 아이들의 발달에 더없이 필요한 아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수업뿐 아니라 <혼자> 공부를 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아이가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공부할 근본적인 힘이 되어준다
중요한 것은, 위에 언급한 아이의 엄마도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아이에게 지금뿐 아니라 나중에도 좋은 것인지를 검토하지 않았고, 검토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방법을 고집하고 정당화시켰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특히 공부와 예의범절에 대해서 말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되, 옳지 않은 것과 해야 할 것에 대해 아이를 설득시킬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아이는 그대로 되바라진 아이가 되기 십상이다.
훌륭한 자녀교육은 나의 교육이 옳은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봐줄 만한 사람들과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선생님들을 만난다.
학교나 학원, 유치원 선생님, 학습지 선생님, 학원선생님 등등... 그 모든 사람들의 방법과 눈이 옳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들도 아이의 엄마나 아빠이기도 하고, 아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서 이 아이의 부모인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상담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시중에 나온 다양한 육아서를 읽어보아야 한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아이를 기르는 방법이 다~ 다르다. 그렇기에 나만의 방법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나이대 별로, 상황별로 다르게 교육해야 하기도 한다. 따라서 다양한 육아서를 읽으면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육아법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 아이에 맞는 육아법은 그러한 책들을 짜집기 하면서 나올 수도 있고,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자녀교육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자신감이 생기고, 주변에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과도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책까지 읽는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꼭 그렇게 해 보기를 권한다.
아이가 결국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만큼 따라올 것이라는 것을 '신뢰'하고, 자신의 자녀를 보는 선생님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의 고민을 펼쳐 보이고 함께 나누길 바란다.
그러한 모습은 아이가 훌륭하게 자라는 부모님의 노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훌륭하게 교육하는 방법으로 우리 집에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