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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r 12. 2024

이름을 부르는 일

"나는 잘 있니?"

조용한 새벽.

 전에는 출근 준비 시간에 빠듯하게 일어났지만 벌써 몇 년 전부터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며 습관적으로 일찍 눈이 뜨인다. 아침이면 상쾌한 공기를 맞으며 산책을 했지만, 일을 하면서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산책도 좋지만 조용히 단 한 장이라도 책을 읽자며 스탠드를 켜고 책상에 자리한다.

 오늘 꺼내 들은 책은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몇 년 전에 서평단으로 처음 접한 이기주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으며 나의 작가? 리스트에 이기주 작가님이 들어왔다. 서평단 활동은 한 종류(추리소설)와 몇몇 작가(추리소설 작가)만을 파고드는 편독이 심한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인내심이었고, 모험이었고 설렘이 되었다. 그렇게 만난 이기주 작가님의 글은 평소 내가 소리 내어 주장하고 싶은 말들의 동조였고, 응원이었고, 모델이 되었다. 이 작가님처럼 글을 쓸 수 있다면 나의 일기도 좀 더 읽고 싶은 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싶은 글이기도 했지만, 따라 쓰고 싶은 글이기도 한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에서 오늘 내가 읽은 글은 <<이름을 부르는 일>>


 이름 명(名)이라는 한자의 풀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친 적이 있다.

"저녁에 OO야~하며 엄마가 입으로 이름을 부르기 때문이야."

한때 한자 전문 학습지로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기에 한자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이렇게 한자들의 풀이가 감성적인 부분들에 매료가 되어 지금도 궁금한 단어가 보이면 한자를 찾아 일부러 뜯어보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이름 명.

 이기주 작가는 나보다 조금 더 시간을 내어 이 한자를 상상해 보았다. 그 옛날, 엄마나 아빠가 집을 떠나 먹을 것을 구하러 다녀야 했던 시절, 아이들은 오후 내내 야생동물이 가득한 환경의 집 근처에서 부모님을 기다린다.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부모님은 그 아이들이 걱정되면서도 먹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들을 잠시 떠나 사냥에 나선다. 그도 위험한 일이다. 되려 공격을 당할 수도 있지만, 오직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집을 떠나 아이들의 만족스러운 얼굴을 머리 한편에 떠올리며 사냥을 한다. 해가 떨어지는 저녁.

부모님을 기다리며 배를 곯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오지만 노느라 집중하던 아이들은 해가 졌는지도 모르고 밖에 있다. 그들의 생사 역시 걱정이 되는 부모는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다.

"OO야!!!!!"

  혹여라도 아이들의 대답이 들리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더 크게 더 크게 부른다. 이내 저 멀리서 들려온다

"엄마, 아빠!!! 지금 가고 있어요. 저 여기 있어요!!"

 아이들의 얼굴이 보일 때까지 엄마와 아빠는 집의 문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며 마음을 쓸어내리며 오늘도 함께 모일 수 있게 됨에 감사하고 안도한다.


 이렇게 이름을 부르고, 그에 대답하는 일은 사랑과 감사. 안도와 위로가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 와서는 대가족이 핵가족화되고, 이제는 핵가족에서 홀로 가족도 익숙한 시대가 되었다.

 결혼을 해야만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던 그때와는 다르게 다양한 이유로 자녀와도, 부부도 따로 떨어져 살거나 자의로 새로운 가족을 만들지 않고 혼자만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고, 혼자 결정하는 것에 적응되어 있는 요즘.

 

 회사나 어떤 단체에 있지 않는 이상에야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고 하루에 한 번도 이름이 불리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어릴 적 나의 이름을 불렸던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목소리 하나로 안도가 되기도 하고, 사랑과 우정을 느끼던 때도 있었다. 소속감을 느끼기도 했고, 나 또한 상대를 나의 소중한 사람 리스트에 넣기도 하고... 좀 더 어렸을 때는 나름의 애칭을 만들어 서로 각별한 사이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그런 일이 적어지고 때로는 이 세상에서 내가 없어진다고 해도 그저 있었다가 없어진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 두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나의 이름이 아닌 "~~ 엄마"라거나 "아줌마"나 다른 호칭으로 불릴 때 그런 거 같다.

 점점 작아지는 나의 자리는 그나마도 쪼그라든 마음을 더 쪼그라들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이 쪼그라드는 것일 뿐 나는 아직 여기 이렇게 앉아있고, 오늘의 할 일도 있음을 안다.

새벽녘.. 이렇게 작은 불에 의지하며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스스로 생각한다.



'OO아. 너는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 너를 위한 시간을 내고 또 글로 옮기고 있으니 대견하다. 오늘도 건강하게 살아내고자 하루를 계획하니 멋지다. 오늘은 어제 보다 더 즐거운 일이 너에게 있을 거야. 절대 포기하지 말자. OO으로 오늘도 멋지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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