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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Apr 12. 2024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은 고양이의 관문(1)

막내 고양이 흑미가 중성화 수술한 이야기

 우리 집 최고의 말썽쟁이 흑미에게 큰 이슈가 생겨버렸다.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중성화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고양이의 중성화수술은 6개월 이후 1년 이내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 첫째 온이의 경우 (첫 아이이기 때문에 ) 6개월이 땡 하자마자 수술을 해 줬다.


 온이의 경우에는 집에서도 얌전한 편이기에 병원에서도 무던하게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는 소리도 지르고 마취도 다른 고양이들보다 일찍 깨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흑미는 우리 집에서도 냉장고에 1등으로 등반하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에서 탐험이란 탐험은 다하고 온갖 말썽을 부리는 주범이기에 병원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했다.


 중성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항상 "냥냥냥냥~"하며 귀여운 소리를 내며 다니던 흑미가 저녁에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저 뱃속에서부터 나오는 "아우~~~~"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친을 만들고 싶은 거니?? 벌써??


 온이에게서는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기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이 되었다.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주말만 되면 늘어져 있기 바쁜 왠지 모르게 빠듯한 스케줄로 수술을 미뤄왔지만 이제 더 이상 흑미를 괴롭힐 수 없다고 생각이 들어 온이가 자주 가던 병원에 예약을 넣어 두었다.


 "어머님~(흑미어머니^^) 토요일 수술이시니까 금요일에 금식해야 해요~ 물도 주시지 마세요~"


아니... 이를 어째.. 식욕이 왕성한 나이의 흑미가 식사를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걱정이 된 건 흑미보다는 온이였다.


 온이는 요즘 습식사료의 매력에 빠졌는지 자꾸 나를 보며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밥을 달라고 한다. 건식사료보다 습식사료를 먹는 일이 많아졌다.



리뉴얼된 위스카스의 고등어, 연어 파우치가 마음에 드는지 하루에 반봉밖에 먹지 않던 녀석이 한봉을 뚝딱 해치운다.


"온이는 흑미 없는데서 먹이면 되겠지요?"

"아뇨~ 어머니~ 온이가 먹으면 흑미도 먹고 싶다고 할 테니 그냥 온이도 주지 마세요~"


어흐? 너무하다... 온이 수술 때도 온이는 밥을 못 먹었는데 흑미가 수술하는데도 온이가 못 먹는다고..? 그건 쫌...


 먹성 좋은 녀석들이기에 간호사님의 말씀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온이가 너무 불쌍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금식의 날인 금요일을 맞이했다.


 새벽부터 밥 달라 간식 달라를 외치는 녀석들이기에 나는 귀를 틀어막고, 금요스케줄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다행히 긴긴 외부 스케줄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고 낮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나를 쳐다보는 녀석들의 눈망울.... 아.. 엄마도 너희에게 밥을 주고 싶단다....


 낚시놀이를 좋아하는 흑미를 실컷 놀아주고 지쳐 쓰러져 있는 동안 조용히 방에 온이의 밥을 차려 두고 온이를 손짓으로 불렀다.


 눈치가 빠른 온이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소리도 나지 않게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흑미가 눈치챌세라 온이가 식사하는 방의 문을 닫아주고 흑미를 만져주었다. 다행히 눈치를 채지 못한 녀석.


 그렇게 몇 번의 첩보영화를 찍어댔다. (고양이는 식사를 자주 하기 때문에 저녁나절에도 몇 번을 그렇게 물과 밥을 따로따로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면서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토요일.

흑미의 수술시간은 10시 10분

케리어에 조차 처음 들어가는 흑미를 데리고 자동차로 병원으로 향했다.  

 바깥세상을 신기하게만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던 온이와는 다르게 흑미는 계속 울어댔다. 낯선 상황에 다소 놀랐던 것 같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하고, 몸무게를 쟀다.

흑미는 데리고 오고 한 번도 병원에 오지 못했다. 시간도 없었고, 흑미를 보내주신 분이 예방접종을 해 주셨기 때문에 따로 병원에 데리고 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흑미가 좀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반대로 온이가 가볍게 느껴졌기에 그저 온이가 날씬해 진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웬걸? 흑미는 아직 아가인데 5킬로 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흑미가 온이 보다 원래 몸집이 좀 더 큰 고양이라고 했다. 쇼콧이라 그런가?


 "돼지흑미~" 하고 놀리면서 병원에 맡겼다.


"흑미가 힘이 좋아요. 선생님의 괴롭히더라도 양해해 주세요~"


유독 장난이 심한 아기고양이 흑미이기에 온이와는 다른 부탁을 드리고 병원을 나섰다.



"한 3시쯤 전화드릴게요 어머니~"


과연 흑미는 수술을 잘 끝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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