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밤, (아마도) 또 고뇌하는 얼굴로 지난해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한 이력서를 수정하고 있는데 남편이 한 질문이다.
삶의 낙? 나? 글쎄, 가족…?
4인 가족 완전체가 가장 행복감을 주는 것은 맞는데. 행복감을 주는 요소 말고, 나를 위로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소싯적에는 나름 낭만이 있었다. 재즈, 보사노바를 즐겨 듣고, 종종 소설을 읽고, 독립영화관을 찾아가 혼영을 즐기기도 했던 어설프지만 ‘문화 흥미부자’였는데. 취직을 하고 나서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에서 퇴근 후 멍 때리고 텔레비전만 봤던 시기도 있었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저 매일을 살아내기에 바빴던 것 같다. 아마도 이렇게 된 제일 큰 이유는 필수적인 일들을 해결하고 난 뒤에는 다른 것에 눈을 돌릴 체력과 부지런함이 없었고, 때로는 그런 행위를 사치라고 여기기도 했던 것 같다. 영화든 음악이든 계속 즐기려면 그것도 노력이 필요해서, 안 보고 안 듣다 보면 오랜만에 기회가 와도 심드렁할 뿐이었다.
남편 본인은 그래도 F1 경기나 게임 경기도 보고, 간혹 (허락 하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는데 나는 무엇으로 낙을 삼냐는 것이다.
질문을 듣는 순간, 이제 나도 다시금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들에 시간을 써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 경력기술서 업데이트만 하는 것보다는, 마음에 여유를 좀 주기로 마음먹었다.20대와는 다른 40대의 노련한(?) 낭만 한 스푼도 추가해야지.
그때 이후로 짬이 나면 SNS에 뜨는 전시나 공연 소식, 출판 관련 콘텐츠를 많이 보기 시작했다. 콘텐츠 몇 개만 봤다 하면 자동으로 유사한 것만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의 세계가 옹졸하다고 느꼈었는데. 다시금 ‘흥미부자’의 길로 들어서려니 알고리즘은 너무나 편한 것이었다.
도서, 전시, 공연 티켓 등을 벌써 몇 개 구매해 버린 탓에 지출은 증가했지만, 다시금 좋아하는 일들에 시간을 쓴다고 생각하니 생기가 조금 났다. 앞으로 그 경험과 감상에 대한 기록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