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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Apr 26. 2022

그림의 방 - 서평


아트북스 2기 서포터스 활동을 위한 출판사 지원 도서로 이번에 받게 된 책은 <그림의 방>이라는 미술 관련 책자였습니다.




문학동네의 책 만들기 솜씨가 요즘 최고 정점을 치고 있는 느낌인데 그 계열사인 아트북스는 더군다나 예술 관련 책을 펴내는 곳이니 더할 나위 없이 딱 맘에 드는 동시에 사고 싶은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판본에 깔끔한 편집 그리고 가격(17,000원)에 비해 수록된 작품의 이미지 퀄리티도 꽤 훌륭합니다. 


책은 대략 60점의 미술 작품을 작가 나름의 분류 기준으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감상평을 의무적으로 써야 하기에 열심히 그리고 꼼꼼히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는데, 책의 내용이 소개의 글과 달리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도움이나 도구가 되지 못하고 그저 작품과 작가에 얽힌 가십 정도에 그치고 마는 아쉬움을 줍니다. 그래서 뭔가 sns상에 유명 블로거나 이런 분이 썼으려니 하고 작가 이력을 보니 더 큰 아쉬움이 생겨납니다. 




책 앞에 저자가 쓴 듯한 이런 구절이 적혀 있는데


"예술이 세상을 바꾸거나 구원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삶을 바꾸거나 더 풍요롭게 만들 수는 있다고 믿는다"


>> 우선 제 생각은 예술은 세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좋은 면으로든 또는 나쁜 면으로든) 그런 예술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통찰력과 인식으로 나름의 구원을 받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새로운 관점들을 갖게 된 개인의 삶은 큰 변화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때문인지 저자는 소개되는 작품 자체를 예술적 대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나 제시하는 관점들을 소개하는 대신 그저 흥미 위주의 주변 이야기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보기에 좋은 떡이 꼭 맛있는 것은 아니라는 씁쓸한 사실을 재확인하게 되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이번 글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몇 편을 보면 


118쪽 "가장 예술적인 이별 극복기"의 경우 107명의 서로 다른 관점이 하나의 진실(Truth)을 어떻게 해부하고 조각난 사실(Fact)로 바꾸고 있는지에 관한, 즉 대중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각자의 삶 속에 자리 잡은 사소한 일상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멋진 순간을 그저 못난 남자 친구에 대한 대중의 흉보기 정도로 격하시킨다던지


22쪽 "2세기 만에 찾은 이름"의 경우, 아트북스 서포터스에게 처음 제공되었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라는 짧은 에세이에서 린다 노클린이란 위대한 미술사학자가 30년 전에 꼬집었던 "여성 미술가가 탄생하기 힘든 사회의 구조적 모순 - 미술사에 관한 권력을 독점하던 백인 남성들의 고정관념에서 기인한 오류 - 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지 단지 우리 여성들도 뛰어난 작가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하는데 그치고 있는(그간의 사회 구조 때문에 당연히 열세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페미니즘적 주장만으로는 이런 미술계의 불평등을 궁극적으로 해소하고 진정으로 위대한 여성 미술가가 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어렵다"라는 핵심 내용을 무참하게 무너뜨리고 있는데, 동일한 서포터 그룹을 위해 제공된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 사이에 이런 거리감이 존재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린다 노클린이 무서워했던 구조적인 오류가 얼마나 견고한가를 재확인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관심이 많은 "지적으로 보이는 대화를 하기 위한 얄팍한 지식"을 찾고 있는 독자라면 저자의 아우라 (미술사 박사)가 여러분이 책을 통해 외운 지식의 광채를 더 빛내 줄 거라고 생각되지만, 굳이 그런 자랑을 하기보다는 예술을 즐기는 나만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코로나가 끝나가는 지금 다양한 전시 기획을 준비하고 또 열고 있는 갤러리들을 찾아가 나만의 눈으로 직접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아트북스 2기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아트북스에서 책을 지원 받았으며, 직접 읽은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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