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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 Lee Aug 20. 2021

온라인 생명보험에서 디지털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

Thinking Log

금융 그리고 온라인 보험은 마케터의 무덤


보험사에서 마케터로 근무하거나 보험사를 클라이언트로 둔 마케팅 에이전시의 고충은 겪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이곳은 마케터의 무덤이다(물론 과장을 조금 보탰다). 보험이라는 상품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디지털 마케팅 퍼포먼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는 마케팅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직원들은 동력을 잃어간다. 그리고 이 얘기는 보험사 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로 확대해도 무방하다.



무엇이 마케팅을 어렵게 하나?


기본적으로 생명보험은 소비자의 금융 라이프사이클의 가장 후방에 위치해 있다. 결제를 시작으로 자산관리 및 투자 등이 전방에 위치해 있다면 대출과 부동산 그리고 보험은 후방에 위치한 금융 산업인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고객을 확보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된다. 오프라인에서는 설계사들이 직접 고객에게 가입 Need를 만들며 시장을 생성했지만, 고객이 능동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온라인 채널에서는 그 작은 수요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생명보험은 금융 산업 내에서도 타 산업과의 개연성이 적어 전방 통합이 어렵다. 자산관리를 비롯한 Pay 및 카드 서비스들과의 제휴 성과가 높지 않다. 위험률 관리를 통한 손익개선 측면에서 많은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같은 이종 산업과의 연계를 추진 중이나 의료 정보의 공개 및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이종 산업이라는 점 때문에 그 효과 또한 미지수이다.


끝이 아니다. 보험을 포함한 금융 상품은 벤치마 쉽기 때문에 상품 차별화가 매우 어렵다. 이는 마케팅에 있어 강력하고 차별화  메시지 도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상품 차별화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차이들로 인해 보험사 간의 상품 표준화 역시 어려워 고객 입장에서는 상품의 정확한 비교 또한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각종 규제로 인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추가적인 혜택이나 마케팅 메시지 등의 제한은 디폴트이며, 제3보험 영역에서 손해보험사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분명 시장의 흐름은 변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빅테크 뿐만 아니라 토스를 비롯한 핀테크 업체들의 지속적인 시장 진출로 보험을 포함한 금융 시장 전체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빅테크 업체들이 결제를 시작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며 고객의 금융 사이클 후방 통합을 진행 중이고, 핀테크 업체들은 고객에게 보다 편리한 금융 서비스 이용을 제공하며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해 추가적인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사용자 확보가 용이한 이들에게 보험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아이템이 된다. 반면 기존 온라인 보험사들은 여전히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소액 가입이 가능한 미니보험을 출시하거나 플랫폼 업체들과의 제휴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오프라인의 설계사 역할이 플랫폼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험사 입장에서 우려할 측면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자생력을 구축하기가 어려워 진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플랫폼과의 제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다시 고객획득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디지털 채널에서 조차 단순 상품 벤더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인구감소와 경재의 증가 및 트렌드의 변화 등으로 인해 전망이 어두운 시장에서 이는 장기적인 위험 요소임이 분명하다.



온라인 생명 보험 시장에서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


대내외적으로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온라인 생명보험사는 디지털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이 상품을 이해함에 있어 어렵지 않아야 하며, 스스로 가입을 설계할 수 있도록 상품의 설명이 직관적이어야 하고, 가입 절차는 간편해야 한다. 설계사 없이 계약이 이루어지는 온라인 생명보험에서는 디지털 채널 : 웹사이트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기 때문에 청약 전환율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고객이 궁금해 하고 어려워 하는 가려운 부분을 디지털 채널에서의 커뮤니케이션으로 긁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갖춰진 후에야 우리는 온라인 생명보험 시장에서 다음과 같은 디지털 마케팅 전략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 타겟 고객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구축


온라인 생명보험 시장은 여전히 전체 생명보험 시장에서 1% 미만의 점유율 만을 갖고 있다. 때문에 경쟁사와의 경쟁은 무의미하며 기존 대면 시장의 고객을 유입 시켜야 한다. 오프라인 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보면 중복 보장이 많고 상품을 여러개 가입함으로써 비효율적으로 월 보험료가 비싼 구조이다. 때문에 보험 리모델링이라는 메시지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온라인 보험으로의 리모델링을 통해 절감한 보험료를 체감한 고객은 분명 자신의 가족과 주변 친인척들에게 소개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고객이 자사의 상품을 통해서 필요한 보험을 모두 커버할 수 있도록 상품의 경쟁력과 커버리지가 동시에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고객가치 향상을 위한 CRM 프로세스 구축


보험과 같은 금융 상품은 복수 상품을 가입하거나 큰 금액을 지불하는 고객이 많다. 더불어 동일한 보험사에서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자 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보험 내역 확인 및 보험료 청구 등의 간편함 등이 이유이다. 물론 최근에는 카카오, 보맵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가입한 보험사를 불문하고 조회 및 청구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금융 상품의 특성상 한 번 신뢰가 쌓인 브랜드에 집중하고자 하는 니즈를 단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고객획득비용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명보험사는 이처럼 높은 고객가치를 가진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고객의 생애주기 관점에서 초기 고객을 확보할 수록 더 많은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들어주는 보험이 자녀에게는 처음 마주하는 보험 브랜드와 상품이 된다는 점은 보험사가 누구에게 집중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셋째, 고객 가치 기반의 마케팅 채널 평가


위와 같은 관점에서 기존 마케팅 채널을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마케팅 채널에 대한 평가는 고객 획득당 비용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획득한 고객이 평균 대비 더 높은 고객가치를 창출한다면 그것은 높은 비용이 아니게 된다. 보험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고객가치를 산출하기 위해서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를 반영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체적 기준을 구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칫 버려질 수 있었던 마케팅 채널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고객 확보를 위한 데이터의 활용


온라인 생명보험사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가입 심사과정에서 거절되는 고객의 비율이 꽤 높다는 것이다. 온라인 가입 특성상 고객을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이 때문에 고객 맞춤화된 상품의 제시 역시 어렵다. 안그래도 확보할 수 있는 고객의 Pool이 적은 상황에서 이렇게 놓치는 고객이 많다는 것은 우려할 사항이다. 가입 심사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폭을 넓히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함으로써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하는데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가 해답이 될 수 있다. 현재 모든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활용 계획이 명확한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다. 대부분 고객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만 집중하고 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결국 고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와 활용 방법은 오히려 명확해진다. 바로 고객 개인을 위한 맞춤 상품(심사) 및 서비스의 제공이다.


다섯째, 고객 생애 주기 파악을 위한 서비스 및 제휴


고객이 능동적으로 가입하는 온라인 생명보험의 특성상 기업이 알아야 할 정보는 고객의 생애 주기 이벤트이다. 결혼, 출산, 육아, 건강검진, 질병진단 등 보험 가입에 대한 Need가 발생하는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보험업의 특성상 가입시점과 청구시점 외의 보유고객과의 접점(Retention)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언제 고객에게 접근해야 하는 지 파악이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제휴 서비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가입 고객에게 결혼, 출산, 육아, 건강검진, 헬스케어 등과 관련된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점에 데이터를 받는 것이다. 대부분 보험사의 제휴는 가입 시점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집중되어 있는데, 이러한 접근은 가입 이후 고객의 데이터를 파악해 적절한 고객 접촉 시점을 알 수 있게 해줌으로써 추가 고객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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