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hinking Lo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y Lee Feb 22. 2021

디지털 마케터, 취업이 힘든 이유는요.

아닌데 버티면 잃는게 더 많다.

안녕하세요.

디지털 마케터로 취업을 준비 중인

OOO입니다.


책을 출간하고 외부 강의를 진행한 후부터 종종 받는 문의가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고충이 담긴 진로 상담이다. 생각보다 많은 문의가 있었고, 상황을 보아하니 본인이 취업을 하던 때와 비교해 하나도 나이진 것이 없다. 확실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 취업이 이전보다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다. 메일로든 대면으로든 이러한 요청을 받을 때면 얼마나 답답할까 라는 생각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최선을 다해 답변해 주곤 한다. 도움이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담의 시작은 언제나 현타


본인이 지금까지 어떠한 노력을 했고, 무엇을 공부했는지를 먼저 말해 주는 것이 상담의 시작이다. 물론 내가 물어본 것은 아니다. 그러면 나는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 위해 대학과 학점도 조심스레 물어보곤 한다. 곧이어 답변과 함께 현타가 오는데 현타의 대상은 오히려 나다. 물어보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가 상당히 좋은 학교 출신에 높은 학점을 갖고 있다. 단순히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검색광고마케터, GAIQ를 비롯한 Google Marketing Platform 관련 자격증, Facebook 광고 인증인 BluePritnt, 심지어 SQL 자격증인 SQLD까지! 관련 자격증은 기본으로 갖고 있고 실무 프로젝트를 통한 포트폴리오까지 완성되어 있다.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선행학습을 완벽학 마친 인재들이다. 얘기를 듣고 나면 내가 정말 이 상담을 하는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왜 나한테 왔지? 모든 스펙이 나보다 더 뛰어나고 나이까지 어린데?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 적 없어 외국계에서 일할 때 엄청난 고생을 했던게 본인이다. 컨퍼런스 콜을 할 때면 본인이 세상 그렇게 무능력해 보일 때가 없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영어도 못하는 날 채용한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능력이 월등히 좋아서겠지 라고 혼자 위로 해본다.)


정신을 다시 부여잡고 이제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된다. 결국 목표는 취업이고 어떻게 해야, 어떤 노력을 해야 취업을 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본인 역시 결국은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일개 마케터로서 딱히 특별하거나 대단할 것은 없다. 다만 나 역시 힘들었던 취준생 시절이 있었고, 매번 어떻게든 이직을 잘 해왔고, 직접 팀빌딩을 하며 채용을 진행한 경험이 있기에 취준생과 채용자 입장 모두에서 얘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업의 인재상은 정말 있다.


본인도 취업 때는 말로만 존재하는 기업의 인재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특정 기업에 들어가고 나면, 특히 해당 기업의 채용조건이 까다로울수록 구성원들의 성향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회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기업의 인재상과는 차이가 있다. 일종의 사회의 필터 작용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난 지역에서 한 번, 고등학교에서 한 번, 대학에서 한 번, 회사에서 또 한 번 그렇게 걸러지고 걸러진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기업은 자신들과 유사한 성향의 사람을 뽑고자 한다. 단순히 스펙과 역량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많은 지원자들의 스펙과 역량이 차고 넘친다. 더불어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결국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장 실무에 투입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내 스펙과 실무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유형의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은 도전정신이 강한 유형을 선호하고, 어떤 기업은 조직에 잘 융화되며 상명하복식의 구조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형을 선호한다. 문제는 내가 마주한 이 기업에서 원하는 것이 어떤 유형인지 미리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본인의 성향은 면접에서 애써 감추려 해도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기업의 인재상은 단순히 사람이 성향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보유한 역량과 기업의 역량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최근 디지털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고 하지만 오프라인 영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에서 해당 역량을 생각하는 가치는 그렇게 높지 않다. 만약 기업의 마케팅 팀장이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데,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스펙이 넘치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이유가 있을까? 디지털 마케팅과 관련된 스펙이 모든 기업에서 원하는 역량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많은 기업들이 사실상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경기가 어려워져 인력 충원계획이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자주 보이는 채용 공고들이 있지만, 대부분 기업의 문화와 처우가 좋지 않아 퇴사자가 많은 회사이거나,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명목상의 채용공고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스타트업은 생존의 문제로 당장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경력직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의 문은 바늘 구멍인데 사람은 많으니 어려운게 당연한 것이다.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결론은 당신의 역량이 부족해서 취업이 힘든 것이 아니다. 당신과 기업의 핏이 얼마나 잘 맞는 지에 따라 채용은 결정된다. 실제 본인이 진행한 채용과정을 돌이켜보면, 역량이 뛰어난 지원자가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포지션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해당 직무에 대한 역량 뿐만 아니라 미리 구성된 다른 팀원들과의 경력, 성향 및 리더인 본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성향 등이 고려되었다. 때문에 나 역시 면접을 보며 '이 사람과는 정말 함께 일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채용을 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되는 취업준비생이 있다면 절대 자존감을 잃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정말 그것은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 당신을 필요로 하고 핏이 맞는 기업과의 인연이 없을 분이다. 그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괜찮다. 적응하기 힘든 곳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것보다 힘들더라도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더 기쁜 일이니까.






힘든 취준생 생활속에서 저의 경험이 혹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연락 주세요. 커피라도 한 잔 사드릴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롤 모델이요? 그런거 없습니다 : 초보 실장의 3원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