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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 서식자 Nov 18. 2020

앞니만 넣고 싶을 뿐인데

나는 턱에 비해 치아가 약간 큰 편이다. 겉으로 볼 때는 치아가 가지런해보이지만 옆으로 보면 앞니가 살짝 나왔다. 거울 두개를 이용해 내 앞니를 요리조리 살펴보곤 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나같은 구강구조를 가진 세대들이 많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나의 앞니가 살짝 나왔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티는 안난다.

 

살면서 불편함은 없었고, 음식 먹는 데도 지장은 없었다. 평소 입을 다물 때나 웃을 때 나도 모르게 치아가 의식이 되는 정도였다. 내가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를, 나만의 느낌이었다. 사실 살아가는데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치아에 관심이 생겼다. 앞니를 조금 더 넣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학병원 특강도 들어보고, 유명 치과, 성형외과도 가서 상담을 받아보았었다. 상담 내용은 크게 두가지 였다. 발치를 해서 치아교정을 하는 방법, 양악수술 같은 방법으로 단기간에 치아를 교열하는 방법 등이 있었다. 앞니만 넣는 것보다 전체 교정을 해야 효과적이란 설명도 들었다.


상담을 들을 때마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과격한 대공사였다. 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전혀 문제가 없는데 생니를 뽑고, 수술까지 해야하나... . 치료비를 등록금에 비유하면 국립대 기준 3개 학기, 사립대 2개 학기 수준이었다. 단지 앞니를 조금 더 넣고 싶을 뿐인데 그렇게까지 무리해야하나 싶었다. 특히 생니를 뽑아야한다는 부분에 거부감이 컸다. 충치도 없는 멀쩡한 이를 젊을 때 뽑아야한다니? 


물론 아래위 작은 어금니를 빼고 전체교정을 하면 인상에 큰 변화가 생김은 분명했다. 뭔가 지금의 얼굴 모습, 입매, 인상과는 다른 이지적 이미지로 변모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생니를 뽑으면서까지 외모를 바꿔야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여기서도 가치관, 평소 철학이 중요하게 작용하더라.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에도 만족했다.


치아교정에 대한 대학시절 호기심 여정은 여기서 일단락했었다. 이후 여행다니느라, 공부하느라, 취업준비하느라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치아교정 관심은 사라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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