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못 벌어? 이게 무슨 헛소리야? UX엔 기초학문이 중심이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전 글에서도 다뤘지만, UX디자인에서는 이제 디자이너의 표현력보다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과 문제정의 능력이 가장 필요한 자질로 떠오르고 있다. 오죽하면 디자인 직군에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도 지원할 수 있도록 '전공무관'을 조건을 꼽겠는가?
디자인 직군인데 디자이너를 우대하지 않는 이 초유의 사태는 우리가 걸어온 교육문화와도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과자(범죄자가 아닌 대학에서 과를 바꾸는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중고교 시절 입시미술을 준비하기 위한 예체능 테크트리를 타기 시작한다.
입시미술을 준비하는 미술학원에서의 커리큘럼은 대체 표현력에 중심을 두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는 막대한 돈과 시간이 소비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학교에서는 소위 예체능을 준비하는 상당수의 학생들에게 일종의 편의를 봐주는 문화가 생겨버렸다. 바로 자율학습이나 여러 교과 과정을 소홀히 하더라도 미술학원에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눈을 감아주는 일종의 관습.
그 덕에 디자인 전공을 지망하는 이들에게 남은 건, 특별대우를 받으면서 굳어진 특권을 향유하는 일종의 우월감, 그리고 인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탐구할 기초적인 단서가 되는 기초학문에 대한 결핍. 그렇게 우리는(저도 디자인 전공자) 화려한 표현 스킬을 얻은 대신 무궁한 상상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가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UX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너무 막연하고 광범위한 질문이라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나도 막막하긴 하지만 크게 두 가지를 제안하곤 하는데,
먼저, 뉴스나 가벼운 인터넷 토픽들을 접하면 단순히 소비하지 말고 '왜 그럴까?'라는 일종의 가설을 세워보고 그걸 검증하는 자료를 찾아보는 일종의 문제정의와 해결방안에 대한 가벼운 트레이닝을 습관화하라는 것과,
둘째는, 이제 와서 기초학문을 배우기엔 시간이 촉박하니 속성 과정으로 가벼운 심리학 서적과 행동경제학 서적을 권하곤 한다.
하지만 이건 당장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없는 이들을 위한 미봉책일 뿐이며, 근본적인 대처는 기초학문에 대한 포괄적인 탐색이 전제되어야만 UX를 다루는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 부흥 이전의 시대는 표현 스킬을 다루는 것 자체가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난이도 높은 하나의 전문분야에 속하곤 했다. 그렇기에 표현력이 좋은 디자이너들이 대접을 받기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표현력을 대체할 충분한 기술과 간편한 도구들이 우후죽순 등장해 감에 따라 이 표현력의 허들은 무너지고 점차 이것을 다루기 위한 근본적인 원리(UX)를 전문적으로 체득한 인재에게 더 넓은 길이 열리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도 아직 교육 현장에서는 대학 디자인과 입학을 위해서는, 심지어 Fine Arts를 다루는 순수미술도 아니다 Public Arts를 다루는 디자인과 입학에도 여전히 표현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평가하고 대학문을 열어주고 있는 실상이다(사실 문턱을 넘은 다음에도 이 시대에 뒤처진 기준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스스로 틀에 박힌, 가능성을 거세해 버리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시대와 그리고 그 속을 살아가는 기업에서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여러분 UX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싶다면 기초학문을 게을리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접하는 이 학문들은 인간에 대해 상상하고 질문하고 몰입하는데 가장 큰 근거가 되어줄 거랍니다. 그러니 전시회 관람도 좋지만 한 손에는 하다못해 순수문학 서적이라도 놓지 말아 주세요.
인간이 어떻게 눈물을 흘리는지,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어떻게 절망하고 희망을 갖는지 여러 상황과 시나리오를 끊임없이 접하면서 인간의 행동 원리에 대한 개연성을 배우고 질문하세요. 그게 앞으로 여러분의 삶을 지탱하는 큰 자산이 되어줄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