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첫 단추를 꿰어서는 안 되는 옷도 있더라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내가 포폴로 새로이 만들, 아니면 기존의 포폴을 다듬겠다고 들여다봐도 이전에 제시한 내용들과 비교해 봐도 여전히 뭔가 부족해 보일 수 있을 텐데 이 경우에는 크게 다음 둘 중에 하나에 속하리라 생각한다.
1. 방향은 잡았으되, 아직 숙달하지 못해 제대로 파고들지 못한 경우
2. 주제 선정 자체부터 주니어의 수준에서 접근하기가 어려운 경우
나는 기본적으로 교수들과 협업하는 걸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분명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그분들의 도움이 파괴적으로 도움이 되는 분야들이 존재하지만 정말 특수한 분야가 아닌 이상은 상당한 트러블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편견 섞인 사견이다.
이유인즉슨, 문제를 바라보는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회사, 실무의 관점은 효과적인 결과를 통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기 마련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쟁사들과의 피 말리는 사투 속에서 이윤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소비되는 시간도 돈이며, 투입되는 자원도 돈이며, 결과를 통해 창출되는 가치도 결국 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학교는 다르다. 누군가 학교는 실패를 경험하는 가장 값진 공간이라고 한 것처럼, 결과 그 자체보다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경험을 더 높은 가치로 평가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기에 모범 답안에 가까운 결말에 도달하기 위한 접근보다는 다소 비현실적이라도 다양한 가능성과 방향성을 열어둔 채로 벌어지는 시행착오들 그 자체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이 지향점의 차이가 실제 학교와 회사 두 환경에서 추구하는 가치와는 너무 큰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둘은 쉽게 조화를 이루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아마도 이 둘의 차이를 메워줄 수 있는 취업 준비학원이 나름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적어도 교편을 잡으며 실무에서 떠난 지 오래되어 현실 감각에서 다소 멀어진 교수들 보다는 현업과 경계가 흐린 학원 강사들이 그나마 이 회사라는 조직의 환경을 이해하고 길잡이를 해주기에는 더 적합한 옷을 걸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생의 이정표를 회사라는 조직으로의 취업을 필수 과정으로 삼았을 때의 이야기이며, 그 외의 삶의 방향에 있어서는 오히려 이러한 학교의 방향에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 크다. 그러니 대학교 무용론자로 나를 오해하지는 말아 달라.
적어도 지금은 회사의 취업에 대해 도움을 주는 글들을 써내려 가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차이 Gap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결국 회사가 바라보는 지향점에 적합한 교육과 경험을 해본 적이 없으니 ‘1. 방향은 잡았으되, 아직 숙달하지 못해 제대로 파고들지 못한 경우‘에 속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해본 적이 없는데 잘하는 게 말이 될까?
명심하자, 태어난 뒤 수시간이면 생존을 위해 뛰기 시작하는 사슴과 달리 인간은 걸음마를 하는데도 근 1년이 필요한 매우 복잡하고 사회적인 존재다. 걸음마 전에 뛰기 시작하려는 조급함을 멀리하자.
그럼 여러분이 뛸 수 있도록 숙달하는 방법은 뭘까? 이런 질문을 종종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받곤 하는데 상당히 직설적이다. ‘선생님, UX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타까운 점은 이를 한 번에 설명하기란 굉장히 곤혹스럽다는 점이다.
앞서 UX디자이너에 대한 전공 무관으로 흘러가는 채용 트렌드를 통해 가볍게 이야기 하긴 했지만, UX란 건 결국 인간의 행동원리(그게 공학적인 측면이던 심리적인 분석이던, 아니면 문화학적인 요인 또는 사회경제학적인 문제던 뭐던 간에) 그 자체를 폭넓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기에 굉장히 방대한 분야의 경험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딱 잘라 이것만 해!라고 단순화해 대답하기가 굉장히 곤혹스럽게 느끼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비겁한 변명으로 되려 무엇이 본인이 느끼는 UX가 어려운 이유나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뭔지를 역으로 질문하는 식으로 접근하곤 하는데, 지금이 딱 그 상황이다. 어떻게 숙련도를 올릴지에 대해 논하기 전에 여러분이 저지를 수 있는 큰 실수를 먼저 알려주고 점검할 수 있도록 비겁함을 십분 발휘해 보고자 한다.
[2. 주제 선정 자체부터 주니어의 수준에서 접근하기가 어려운 경우]
요즘에는 조금은 무뎌진 부분도 있지만 회사를 비롯한 대개의 조직생활에서는 가급적 서로 언급을 피하는 몇 가지 주제가 있다.
종교, 지역감정, 정치성향 그리고 근래에 들어 추가된 젠더이슈. 이 부분에서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건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부정하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알아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