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을 꺾으란 소리가 아니다, 때론 영리해 지라는 이야기지
근 20년 가까이 회사에서 일을 하며 아주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는데, 이제 서로 가정도 있는 다 큰 어른들이 애매한 일로 서로 감정을 부딪히며 날카로워지는 순간을 목격했을 때다. 평소엔 사이좋은 동료였음에도 순식간에 원수처럼 등 돌리고 있는 걸 마주 할 땐 당황스러운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적어도 평소에도 사이가 나쁜 사람들 간의 마찰이라면 으레 성격차나 안 맞는 구석이 있으려니 생각하겠지만 점심시간 식당 TV 속 뉴스에서 흘러나온 정치 이슈에 누군가 말을 얹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사실 이런 강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갖게 하는 이슈들은 가급적, 아니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을뿐더러 그것 또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전통적으로 증명되어 온 사실은 종교, 지역감정, 정치성향 적어도 이 세 주제는 여기서 생기는 갈등으로 인간은 타인을 철저히 짓밟고 말살시키는 전쟁도 불사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타인 또는 타 공동체와의 갈등이 폭력으로 치닫는 야만의 시대를 벗어난 지금에는 젠더이슈, 조금 더 넓게 확장해 본다면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가 지금의 사회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치열한 갈등 요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다시 말하지만 난 어떤 가치관이 옳다고 주장하고 싶은 게 아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주제들 가운데 본인이 강한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끼던 가운데 포트폴리오에 해당 주제를 과감하게 다뤄봤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기업의 평가관은 그와는 대척점에 있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이다.
이때 이 상반된 입장을 가진 평가관이 여러분의 포폴을 마주했을 때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공저 서적 넛지 Nudge에서 자세히 소개된 적 있는 입수가능성 편향(또는 가용성 휴리스틱) Availability Bias로 정의된 심리현상과 같이 너무나 당연하게도 평가관은 평소 본인이 가져왔던 가치관과 그것을 공고하게 만들어준 여러 경험적 편견들이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에서 다룬 근거와 논거들을 부정할 거란 사실은 너무나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쉬운 말로 여러분의 포폴을 휴지통에 던져버렸을 거란 이야기다.
이 상황에서 ‘그런 사람을 상사로 모시느니 떨어지는 게 낫다‘ 같은 낭만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한 삶의 자세이기에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것이고 분명 그를 위한 조직(회사)은 이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확률은 희박할 것이며, 매월 내 통장에 차압 딱지를 붙인 듯이 적혀있는 카드사 출금 기록을 외면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면 시도해 봄 직도 하다.
하지만 자아실현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경제적 이유로 취업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철저히 전략적이고 계산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확률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경우 어떻게든 설득할 수 없는 주제로 승부수를 던지기보다는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지 않을까?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사적인 모임이나 개인적인 곳에서 하시라.
이쯤에서 자신의 포폴을 되돌아본 결과, 위의 네 주제는 건드리거나 언급한 적 조차 없음에도 뭔가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쯤에서 UX 실력이 늘기 위해선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루 종일 떠들고도 모자랄 주제를 더 이상 피할 길이 없는 것인가 고민하던 찰나 최후의 핑계가 하나 남았음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여러분이 논리적으로 다뤄봄직한 ‘근거‘, ’ 데이터’를 찾을 수. 없는 주제를 선택했을 때다. 사실 현업에서는 이런 주제를 맞닥뜨렸을 때 여러 가지 대안들이 존재할 수 있지만(방법을 모르겠다고 일을 내팽겨 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여러분에겐 대안을 탐색할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상태임을 직시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