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게임을 하면 새 캐릭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힘이 센 대검을 든 전사 캐릭터와 날쌔고 민첩한 무투가 캐릭터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고 해보죠. 예시가 왜 이모양이냐고 묻지 마세요. 최근에 파이널 판타지라는 게임에 빠져서 그런 거니까...
멍청한 AI야 클라우드가 노란 머리고 티파가 검은 머리야! 자, 먼저 대검 힘 캐릭은 무조건 힘이 세겠죠?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게임에는 어느 정도 밸런스를 위해 한 캐릭터에 투자할 수 있는 성장 수치 스탯 stat을 도입하는데, 이게 보통은 캐릭터당 총량이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힘에 투자를 하면 민첩이나 지능 같은 다른 쪽에 스탯을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게 되죠. 대신 힘만큼은 세서 한방 한방의 공격력이 굉장히 크게 됩니다.
반면에 민첩에 투자를 하면 힘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공격속도가 올라가는..? 그런 밸런스가 있어요.
자 잡설이 길었는데, 여러분은 인생의 테크 트리를 어떻게 태우려고 고민하고 있을까요?
힘에 투자합니까? 아니면 민첩에 투자합니까? 이 질문은 "인하우스 in house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건가요? 아니면 에이전시 agency에서 시작할 건가요?"라고 바꿔서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둘 다 장단점은 있는데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게요.
1. 인하우스
Pros 한 분야의 경험을 깊이 있게 쌓을 수 있어, 특정 영역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좋습니다. 다음 회사로 이직할 때도 이런 경험을 평가받고 이직하기도 수월하죠.
Cons 한 분야에 매몰되다 보니 다른 분야로 이직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안정된 시스템/Biz의 프레임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기에 상대적으로 업무 경험의 폭이 제한적이라 성장이 더딘 편입니다.
2. 에이전시
Pros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어 경험의 폭이 넓어 업무의 순발력이나 대응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경우에 이직도 수월합니다.
Cons 여러 분야를 넓게 추진하다 보니 한 분야에 있어 깊이 있는 성장을 하기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어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대검 힘캐릭터도 레벨이 높아지면 어느 정도 민첩을 올릴 여력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직장도 똑같아요. 내가 인하우스에서 시작했더라도 경험이 쌓이고 노련미가 생기면 에이전시 출신 못지않은 순발력이나 대응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종의 수렴진화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기에 한번 커리어를 한 분야에서 시작한다고 해서 다른 분야로 넘어가지 못하는 건 아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이놈의 인생은 관성이 크게 작용을 하다 보니, 지금 당장 힘캐에 단검을 쥐어주더라도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쪽에서 시작해서 다른 분야로 넘어간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주니어를 벗어나면 개인의 능력이 더 크게 좌우하죠 만약 내가 '5년~10년 뒤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싶다'라는 일정한 목표(예: 핀테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당장 취업할 수 있는 인하우스 기업은 커머스예요. 그렇다면 커머스'만' 했던 경험을 가지고 핀테크로 이직이 수월할까요? 당장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반면에 에이전시에서 커머스, 핀테크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면? 핀테크 기업으로 이직이 훨씬 더 수월하겠지만... 여러 경쟁자들 중에 핀테크만 하면서 성장해 온 사람들과 입사 경쟁을 한다면 전문성에서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이런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전 본인이 어떤 커리어 패스 Career Path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를 나름의 전략을 잘 고민하라는 조언을 해 드리곤 합니다. 자신의 성향에 맞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어디라도 상관은 없지만, 당장의 취업에 쫓겨 본인의 성장 스타일에 맞지 않는 회사에 들어간다면 그건 5년 뒤의 스스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고 마는 것이니까요.
당장의 취업이 급한 건 사실이지만 인하우스와 에이전시 둘의 장단점도 또렷하고 이를 통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큰 흐름이 다르기에 처음 시작은 자신이 좀 더 성장하기 적합한 방향에 맞춰서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