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폴을 준비하다 보면 자매품처럼 따라붙는 이력서/자소서 꼭 써야 하냐는 질문이 종종 있습니다. 평가 자체도 지나치게 정성적이라 기준도 명료하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방향도 못 잡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 효용성 자체에 많은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래서 나온 전설의 짤
전설의 Legend 짤
전 사실 위 짤대로의 심정이라면 기회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꼰대'라고 말하고 싶은 분들은 살며시 뒤로 가기를 눌러 다른 페이지로 가 주시고 조금만 더 경청해 주실 분들만 시선을 아래로 내려 주세요.
먼저 자소서, 특히 지원동기에 대해서 누군가도 말했듯 "돈 때문에 하는 거지 뻔한 거 아냐?" 맞습니다. 저도 돈 때문에 회사를 다니고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어차피 뻔한 이유이기 때문에 필요 없다?'가 아닙니다.
생각보다 회사에서 이직은 종종 일어납니다. 힘들게 입사해 놓고 왜?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많이... 예전에야 한 직장에서 10년 20년 다니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지만 근래에는 2~3년 마다도 직장을 옮기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정도니까요.
목적은? 당연히 돈입니다. 더욱 쾌적한 근무 환경과 내 가치에 합당한 보상을 위해서죠.
모든 회사들은 이걸 알아요. 그럼 쉽게 월급을 올려주면 되지 뭐 하러 저런 쓸데없는 자소서를 받느냐고 물어보실지도 모르겠지만... 뭐 돈이 어디 땅 파면 그냥 나오나요. 상당수의 기업들이 1인당 생산성에 대한 지표관리를 할 정도로 인건비에 대한 압박이 상당히 극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월급을 올려주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기업이 사람을 뽑을 때 고려하는 중요한 점 중에 하나는 이 자소서/지원동기입니다.
이걸 통해 기업이 보고자 하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소설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우리 회사에 진심인가를 보고 싶어 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다음의 두 지원자가 있다고 해봅시다.
A라는 지원자는 자식의 학창 시절에 얼마나 성실히 지내왔고, 준비된 인재인지를 어필하는 자소서를 제출했고, B라는 지원자는 자신이 이 회사에 왜 지원하게 되었고, 어떤 준비를 해왔으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미래의 로드맵이 담긴 자소서를 제출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이 평가관이라면 누굴 뽑고 싶을까요?
누구를 만날 겁니까?
평가관에 감정이입이 잘 안 된다면 연애를 위한 애인 후보라고 생각을 해보자고요.
A는 자신이 얼마나 자상하고 좋은 사람인지를 어필하고 있고, B는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나를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어필한다고 말이죠.
나를 좀 더 사랑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B 아닐까요? 연애 과정에 있어서도 주변에 더 매력적인 경쟁자가 나타나거나 서로가 힘든 시기가 닥쳐도 확률적으로 A보다는 B가 내 옆을 지켜주리라는 막연한 신뢰까지 들 수도 있습니다. 기업도 똑같아요.
세상에 좋은 회사는 얼마든지 있고, 우리가 뽑고 싶은 능력 있는 친구들은 다른 데에서도 매력 있는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요. 언젠가는 이직 시장으로 뛰쳐나갈지도 모르죠. 회사는 이 리스크를 안고 채용하면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하고 많은 기회비용을 소비해야만 합니다. 연애를 하면서 온전히 내 시간을 상대방에게만 투자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렇게 실컷 투자해서 이제 쓸만해졌다... 싶으니 갑자기 다른 회사를 간다? 날벼락일 수밖에 없죠. 그러니 더더욱 우리 회사에 진심인, 진심으로 보이는 사람을 뽑아 앵간한 외풍에도 이직하지 않을 만한 신뢰를 얻고 싶은 거죠.
여러분도 자기 자랑만 하는 사람이랑 사귈 거 아니잖아요?
그러니 자소서 정성을 다해 쓰세요. 회사에 얼마나 진심인지 어떤 배려를 담아야 할지 고민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