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싼 돈을 주고, 왜 한 나라만?

by 칠십 살 김순남

아파트 놀이터에서 손주를 데리고 계신 할머니와 안면을 텄다. 손주를 잠시 봐주러 오셨는데, 한 달 정도 계실 거란다. 우리 집 옆 동 옆 동이란다. 심심하셨는지 책을 보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거신다. "그 글이 보이 나베요." 하고. ~


그랬는데, 다음날 낮에 손주를 데리고 놀러 오셨다. 내가 놀러 오셔요, 라고 말한 기억이 없는 것 같아서 방문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반가웠다. 말 붙일 사람이 그리우셨나 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작년에 아들네랑 함께 동남아 여행 다녀오신 이야기를 자랑삼아 하시며 어디 어디가 좋더라고 하신다.


나는 동남아는 못 가보고, 유럽만 몇 번 가 봤다고 하니까 어디가 좋더냐고 물으시는데, 갑자기 생각이 정리가 안된다. 그래서, "여기저기 안 가고, 한 번 갈 때 한 나라만 가서 많이는 못 가 봤어요" 했더니 놀라시면서 “그 비싼 돈을 주고, 왜 한 나라만 가요?” 하신다. 자기 아는 사람은 얼마 주고 어느 나라, 어느 나라 갔다 왔다면서, 유럽은 동남아보다 비쌀낀데, 안타까운 듯 말씀하신다.


내가 웃으면서 "전, 이제는 한 나라가 아니고, 한 도시에만 가고 싶은데요." 하니까, 답답하신 듯, "아이고, 어리석제, 돈 아깝구로. 단디 알아보면 싸게 여러 나라 가는데 많아요.!! “ 하신다.


할머니가 가시고 난 뒤에, 어디가 좋았나 하고 찬찬히 생각해 봤다. 여행을 막 다녀와서는 항상 아쉽고, 다녀온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 진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유명한 장소나,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던 곳이 더 그립고 애틋하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거나, 입에 녹을 만큼 맛있는 것을 먹었다거나, 고생을 오지게 했다거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 더 그립다. 할머니의 조언이 생각나 자꾸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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